[책과 삶] 모르던, 모르고 싶던 역사…오키나와 조선인 학살

모르던 News

[책과 삶] 모르던, 모르고 싶던 역사…오키나와 조선인 학살
모르고 싶던 역사…오키나와 조선인 학살
  • 📰 kyunghyang
  • ⏱ Reading Time:
  • 80 sec. here
  • 4 min. at publisher
  • 📊 Quality Score:
  • News: 38%
  • Publisher: 51%

오키나와 스파이| 김숨 지음 |모요사|396쪽 |1만9000원 “모르던 오키나와, 모르고 싶었던 오키나와.” 김숨 작가는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를 두고 “‘...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상하고,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야 했다”“ 모르던 오키나와, 모르고 싶었던 오키나와.” 김숨 작가는 최근 출간한 장편소설 를 두고 “‘소설화할 수 없는, 하고 싶지 않은’ 기록”이었다고 토로한다. 는 1945년 태평양 전쟁 시기, 오키나와 본섬에서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섬 구메지마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구메지마 수비대 주민 학살 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일본군 수비대장 가야마 다다시의 지휘 아래 20명의 주민이 무참히 살해됐다. 이 20명의 희생자 중 7명은 조선인 구중회와 그의 가족들이었다. 는 역사적 사건을 토대로 실재 인물인 구중회를 모델로 한 ‘조선인 고물상’과 그의 가족들이 무고하게 희생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소설은 구메지마에 주둔 중인 일본군 총대장 기무라의 명령으로 ‘인간 사냥꾼’이라 불리는 10대 섬 소년들이 9명의 주민을 무참히 학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에게는 미군에게 납치됐다가 풀려났다는 이유로, 혹은 풀려난 이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스파이’ 누명이 쓰인다. 구체적으로 묘사된 학살의 장면들은 읽어내기 쉽지 않다. “오늘 밤 섬 어디에도 인간은 없다” “오늘 밤 섬에는 대대로 이어 내려온 윤리 규범이 완전히 잊혀 무시되고 기무라 총대장의 명령만 있다”라는 문장처럼 전쟁의 한복판, 군국주의의 잔악한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군은 섬 전체가 “스파이로 우글우글하다”라며 주민들을 잠재적 스파이로 간주했고, 패색 짙은 전쟁에 대한 분풀이 대상도 필요했다. 섬사람들은 우리 중에 누가 스파이인지, 다음 처형 대상은 누구인지, 혹시 그 대상은 자신이 아닐지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짓눌린다. 주민들은 희생자들의 유해가 바람에 쓸려 나는 소리를 귀신 소리라고 생각하면서도 “정말로 무서운 건 살아 있는 인간이 내는 발소리다. 인간 사냥꾼들의 발소리. 그는 자신의 집 앞으로 지나가는 모든 발소리가 인간 사냥꾼들의 발소리로 들린다”라며 학살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주민들 일각에서는 자신들이 스파이로 지목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암묵적인 분위기가 형성된다. 그리고 그 대상은 식민지 위계질서의 최약자였던 ‘조선인 고물상’을 향해 간다. 당시 오키나와에는 본토 일본인, 오키나와인, 조선인들의 순서로 서열이 매겨졌고, 이에 따른 차별과 혐오가 만연했다. 오키나와 아이들은 스파이 사냥꾼 놀이를 했고, 이들은 조선인 고물상의 아들을 매번 스파이로 지목하며 폭력의 대상으로 삼았다. 스파이 의혹은 점점 조선인 고물상을 조여오고 그와 그의 가족들은 호소할 곳도 도망칠 곳도 의지할 곳도 없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린다. 소설은 처음처럼 끔찍한 비극으로 치닫는다.소설은 전쟁의 한복판, 군의 끔찍한 폭력이 자행되는 공간에 놓여 있던 다양한 인물 군상들을 그려낸다. 어린 아기까지 학살한 것에 대해 “주민들이 스파이로 밀고한 자들을 처형”했을 뿐이라는 기무라는 악인의 잔혹함과 뻔뻔함을 보여준다.

작가는 당시 기록과 참고자료, 수차례에 걸친 현지 취재를 토대로 참혹한 학살의 현장과 전쟁의 광기가 짓눌렀던 당시의 역사를 재현한다. 그는 “너무도 분명한 악과 악행과 악인을 상상하는 것이, 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소설을 어떻게든 끝맺기 위해서는, 상상하고 싶지 않은 것을 상상해야 했고 쓰고 싶지 않은 것을 써야만 했다”라고 말한다. 가차 없이 드러난 인간의 잔혹함, 희생자들이 겪었을 구체적인 고통, 숨 막히듯 조여오는 군국주의 광기의 재현을 마주하는 일은 독자 또한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나 세계에 대한 절망과 인간성에 대한 회의 끝에 선명히 남는 것은 숫자가 아닌 구체적인 희생자들에 대한 애도, 전쟁의 비인간성에 대한 절실한 각성이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의 일부를 인용한다. “무시무시한 정치 폭력의 세기였던 20세기가 끝나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 세기에 일어난 일이, 두 번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We have summarized this news so that you can read it quickly. If you are interested in the news, you can read the full text here. Read more:

kyunghyang /  🏆 14. in KR

모르고 싶던 역사…오키나와 조선인 학살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책과 삶]카프카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나[책과 삶]카프카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나“어느 날 아침에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에바 호페는 자기가 상속권을 박탈당한 상속녀가 되었음을 깨달았다.” 이 문장에서 프란츠 카프카(1883~1924)의 소설 의 ...
Read more »

[책과 삶] 안에서 동물 학대하며 식민지엔 ‘동물 보호’ 강요···동물 잔혹사[책과 삶] 안에서 동물 학대하며 식민지엔 ‘동물 보호’ 강요···동물 잔혹사인간은 동물을 얼마나 사랑할까. 중국 판다에 대한 보편적 열광이나 개·고양이 등에 대한 반려인들의 깊은 애착을 생각하면 동물에 대한 인간의 사랑을 의심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Read more »

[책과 삶] 호러 • SF로 들춰낸 야만적 사회의 현실[책과 삶] 호러 • SF로 들춰낸 야만적 사회의 현실작은 종말 | 정보라 지음 |퍼플레인 |372쪽 |1만8000원 완은 불면에 시달린다. 해마다 봄이 되면 증상은 더 심해졌다. 겨우 얕은 잠이 들었다가 화들짝 놀라며 깨어나는...
Read more »

[책과 삶] ‘사라져 없어질 직업들’에게…익살스럽게 건네는 작별 인사[책과 삶] ‘사라져 없어질 직업들’에게…익살스럽게 건네는 작별 인사텔레마케터(0.99), 화물·창고 노동자(0.99), 레스토랑 요리사(0.96), 청소노동자(1.0). 괄호 안 숫자의 의미는 무시무시하게도 ‘대체 확률’이다. 1에 가까울수...
Read more »

[책과 삶]‘사고력’은 죽었다···‘퍼즐’ 맞추기로 전락한 수능[책과 삶]‘사고력’은 죽었다···‘퍼즐’ 맞추기로 전락한 수능“교육부는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지난 26일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의사이자 교육평론가 문호진씨(34)는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 ...
Read more »

[책과 삶] 올곧은 몸들 속 다른 몸, 차별과 평등에 대해 묻다[책과 삶] 올곧은 몸들 속 다른 몸, 차별과 평등에 대해 묻다온전히 평등하고 지극히 차별적인 | 김원영 지음 |문학동네 |360쪽 |1만9000원 2021년 가을, 김원영 작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대학원 과정에 지원한다. ‘연극하...
Read more »



Render Time: 2025-02-25 00:2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