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누락 때문에 분양가 오를 것’이란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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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 누락 사태로 인한 공급대란 우려는 과도한 비약... 분양가 영향 없을 것”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이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뉴시스 한국토지주택공사발 ‘철근 누락’ 사태 이후 민간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 정부가 최근 안전점검 기준을 확정했다. 공공과 민간 아파트를 가리지 않고 안전점검 매뉴얼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원자잿값과 인건비 인상에 맞물려 급등한 분양가가 철근누락 사태로 인해 더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철근 누락 사태로 위축된 건설사들이 주택사업 규모를 축소해 공급대란이 온다거나, 안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비용 상승을 불러와 분양가를 끌어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기우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지난 18일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긴급점검 기술자문위원회’ 심의를 거쳐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전국 민간아파트 안전점검 및 판정 기준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LH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다. 무량판구조가 적용된 전국 민간아파트의 일괄 안전점검을 위해 ‘안전점검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다는 방침이다.건설업계 안팎에서는 철근 누락 사태가 향후 주택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당분간 주택 사업에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들린다. 전국 주택 인허가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 향후 2~3년 안에 공급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도 나왔다. 반은 맞는 말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주택 착공·인허가 규모도 눈에 띄게 감소한 상황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는 6월 누적 기준 18만9,213가구로 작년 동기 대비 27.2% 가량 줄었다. 최근 10년 평균과 비교해도 24.6%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착공 실적도 18만8,449가구에서 9만2,490가구로 반토막 났다. 하지만 반만 맞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공급대란 우려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내 주택의 착공·인허가가 급감한 건 부동산 시장 침체의 여파일 뿐, 철근 누락 사태와 연관 짓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한문도 서울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설사들이 공급을 줄이는 건 그만큼 집을 사려는 사람도 줄었기 때문이다”이라며 “철근 누락 사태 때문에 건설사들이 주택을 짓지 않는다는 건 과도한 비약이다”이라고 꼬집었다. 또 한 교수는 “공급대란은 건 집을 구하는 사람이 많은데 매물이 없을 때 발생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얼마나 더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급대란 자체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아 수익이 생길 것으로 예상되면 건설사들은 정부가 더한 규제를 하더라도 집을 지을 것”이라며 “집이 잘 팔리는 데 건설사가 공급을 줄인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분양가가 오를 경우 미분양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표는 “부동산 시장 침체로 최근 주택 착공·인허가가 급감한 만큼 2~3년 뒤 공급물량이 예년보다 적을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무턱대고 분양가를 올렸다간 미분양 급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건설업계도 이 같은 의견에 동조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철근 누락 사태가 공급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억지에 가깝다”며 “부동산 시장 상황이 좋다면 정부 무엇을 더 요구하든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거다. 반대로 부동산 시장이 요즘처럼 안 좋을 땐 정부의 어떤 지원이 있어도 주택사업에 뛰어들기 어렵다. 이게 현실이다”라고 말했다.철근 누락사태로 인해 안전점검 기준이 강화됨에 따라 건설 현장 품질·안전비용이 증가해 분양가가 인상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건설사들이 감리와 안전관리에 비용과 인력을 더 투입하는 방식으로 부실시공 우려 해소에 나설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앞서 서울시는 민간 주택공사 현장에 대해서도 모든 공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하는 것을 ‘철근 누락 사태’에 대한 신뢰 회복의 방법으로 제시했다. 지난달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원칙적으론 모든 공정을 동영상으로 기록해서 남기고 공사 현장에서의 필요성 때문에 동영상을 남길 수 없는 경우를 예외로 규정하는 형식으로 모든 공정이 설계대로 시공되고 있는지를 건설회사, 감리회사, 지도・감독할 권한이 있는 지자체에서 동영상을 모두 보존 관리하도록 해 언제 부실 가능성이 제기되더라도 100% 입증이 가능한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요청한 바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도급 순위 상위 30개 민간 건설사 중 24곳이 ‘건설 현장 동영상 기록관리’에 동참했다. 참여 건설사는 HDC현대산업개발, 코오롱글로벌, 대우건설, 롯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 호반산업, 한화, GS건설 등이다.한문도 교수는 “품질·안전을 위한 비용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되려면 철근이나 시멘트 같은 원자재를 더 사용해야 하는데, 그건 안전기준만 지키면 되는 문제”라며 “그런데도 원자재 사용량을 늘린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기존 공사들이 안전기준에 미달했다는 의미다. 건설사가 부실시공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 외에 감리나 안전관리 등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건설업계에서도 안전 관리 비용이 분양가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는 데 동의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요청한 ‘건설 현장 동영상 기록관리’ 역시 대부분의 건설사는 이전부터 진행해 왔던 부분이다. 전 공정을 촬영하라는 부분에서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이런 안전 관리비용이 전체 공사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분양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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