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혜학교, 철학교육 이야기 10] 인문반 철학수업 톺아보기⑷
앞서 지혜학교 인문반 철학 수업에 관한 대강을 세 번의 글로 나누어 설명했다. 그러고도 남은 이야기들이 있다. 오늘은 자투리 이야기들을 생각이 흘러가는 대로 늘어놓아 보려고 한다. 매년 겨울, 1년 생활이 마무리될 즈음 나는 5학년 교실에 들어가서 인문반 철학 수업을 소개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자기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한다. 각자 자기의 눈으로 직접 글을 읽고, 자기의 머리로 생각하며, 자기의 손으로 글을 써 내려가는 과정이다. 텍스트를 다루는 힘을 길러내는 과정이다. 힘을 기르기 위해서는 고된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별 다른 수가 없다. 오랫동안 이런 힘든 훈련을 견디려면 어떤 '태도'를 내면화하는 수밖에.
더 중요한 것은 수업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 밥 먹는 시간, 과제하는 저녁 시간이다. 이 시간에 각자의 책상에 머리를 파묻고 자기 글만 쓰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글에 관심을 가지고 묻고 답하며, 다 같이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함께 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 서로가 힘이 되어 주고 있다는 것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나의 이 노력이 우리 모두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수업에서의 학생의 성장을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런 장면들도 떠오른다. 학생들이 보여주는 '성장의 폭'이 제각기 다르다는 점이다. 수년간 지켜본 결과, 어떤 학생들은 1년 동안 눈에 띄는 성장을 보이는 반면에 어떤 학생들은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방법이 틀렸다. 학생들에게는 그냥 '자기의' 경험이 필요하다. 뭘 하든 간에 스스로 선택해서 기쁘고, 슬프고, 흥겹고, 화나고, 속상하고 뿌듯하고, 절망스러운 일들을 골고루 겪어야 한다. 반면 자기 힘이 없는 학생들은 자기 글 속에 빛나는 생각의 조각이 있다는 것을 내가 애써 꺼내 보여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이걸로 더 잘 써봐야겠다' 생각하지 않는다. 자기 안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받아들이지 않는다. 약간의 시도를 반복하다가 금세 좌절하고 포기한다.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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