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시대 이 말만은 삼가자
선배는 연신 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다. 예쁘기만 했던 둘째 딸이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그렇게 속을 썩인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던진 말이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이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에서 움찔했다. 속상해 하는 선배의 마음은 알았지만, 속에서 괜한 반감이 올라왔다. 일종의 자격지심이나 트라우마일 수도 있다. 10년도 훨씬 넘은 일이다.
얼마 전 친구 모임에서 이 말을 또 듣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무자식 상팔자'라는 흘러가는 말에 티는 내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속에서 반감이 올라왔다. 농담인 줄 알면서도 반감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으로 보아 이 말이 나에게는 일종의 트라우마로 작용하는 것 같다. 저출산 시대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되도록 안 썼으면 좋겠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저출산 문제가 심각을 넘어 위험 수준인 이 나라에서 본뜻이야 어찌 되었든 '무자식이 상팔자'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젊은 세대 중에는 본인들의 의지로 출산을 미루거나 안 낳는 경우도 많겠지만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해도 아이를 갖지 못한 경우도 많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에게는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은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저출산 현상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환경 문제로 인한 호르몬 변화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해결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이 문제를 그냥 넘길 수 없는 것은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국가, 민족,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아이고 자식이 아니라 웬수야" 이런 말도 나 같은 무자식인 사람에게는 걸리는 말이다. 한때는 이런 '웬수'라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자식인 사람을 생각하며 일상언어를 바꾸자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 말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고 오히려 부러움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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