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딸에 분노한 그들이 한동훈 딸엔 조용한 이유는...' 시험능력주의 김동춘 박정우 기자
대한민국 지식인 사회에서 김동춘만큼 다방면에 걸쳐 이 사회를 날카롭게 바라보고, 비판하고, 활동한 학자가 있었을까? 역사, 노동 경제, 이념 등에 두루 걸쳐있는 김동춘의 레이더는 광범위하고, 깊은 병증을 찾는 그의 그물은 늘 촘촘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를 통해 이 사회의 교육 문제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처음엔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었다. 한국의 노동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육 문제와 연결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노동과 교육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아주 오래전부터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언젠가 제대로 다뤄봐야겠다는 마음이 있었다. 관련해서 글도 많이 썼었고. 게다가 교사와 교수를 거치면서 학생들을 계속 만나왔기 때문에 누구보다 가까이서 이 문제를 지켜보고, 절실히 공감하기도 했다. 그동안 과거사 문제나 현대사 쪽으로 연구하면서 계속 미뤄졌는데, 이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제는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2016년에 구의역 김군 참사 사건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았다. 대학을 나오지 않고, 학벌이 없으면 사람대접을 받을 수 없는 현실이 있고, 이 현실로 인해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불리한 대우를 감수하면서 살아야만 하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가장 심각한 건 역시 청소년 문제가 아닐까 싶다.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일탈, 좌절감, 정신적 상처, 자살, 부모들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 스트레스, 부모들이 겪는 상처 등등이 우리 국민이 겪는 시험주의 체제의 병리라고 본다. "우선 조국의 딸에게 분노했던 것은 소위 SKY대학의 학생들이지 지방대 학생들이 아니다. 대학 서열 하위권 대학 학생들은 분노할 힘도 없다. 이게 따지고 보면 인천국제공항 비정규직 제로 선언 때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기득권자들의 방어적이고 보수적인 태도다. 공정하지 않은 방법이나, 혹은 시험 보지 않은 아이들과 나눠 먹기 싫다는 의미다. 이런 분노는 모든 청년이 가지는 게 아니다. 거칠게 말하자면 잘나가는, 잘나갈 가능성이 있는 청년들에게서 나타난다.
의대 증설 방침이 거론되자 의사협회에서는"의사 수가 늘어나면 능력없는 의사가 양산될 것"이라고 하고, 판사들이 연간 처리하는 사건 수가 464건에 달할 만큼 살인적인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판검사 수 확대에 극렬히 반대한다. 이런 방식으로 가면 지배체제는 자꾸만 더 공고해지고 사회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없다. 코로나 사태 때 어떤 일이 벌어졌나? 공공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와중에도 의대생들이 나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반대하는 촌극이 발생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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