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화제가 됐을 때 ‘『반일 종족주의』를 위한 변론’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진보좌파는 개인적으론 혐일주의자였던 이승만을 친일파로 몰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데 몰두하고, 보수우파는 정부 수립일인 1948년 8·15의 의미를 고양한다며 1945년 8·15나 임시정부의 의미를 축소한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역사전쟁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전쟁이다.
2019년 이영훈의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이 화제가 됐을 때 ‘『반일 종족주의』를 위한 변론’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제목이 ‘변론’이지만 사실 낚시성에 가까웠다.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이 치밀한 숫자와 자료로 논증을 시도하는데 우리 사회와 역사학계의 대응은 다분히 감정적이라는 아쉬움을 칼럼에 담았다. 성마른 주의 주장이 아니라 치밀한 실증과 논리라야 진짜 극복할 수 있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역시나 험한 댓글이 달렸고, 지인들로부터 “그래도 좀…” 같은 문자를 여러 통 받았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은 학문이 담을 넘은 경우다. 이종찬 광복회장이 반발하고, 결국 경축 행사가 두 쪽이 났다. ‘역사전쟁’이 시작됐다. 김 관장의 문제적 발언들은 사실 그 자체로는 하나하나 생각해 볼 만한 주제요, 학문적 논쟁거리다. “안익태가 음악가로서 만주국 건국을 축하하는 곡을 짓고 지휘했다는 이유만으로 민족 반역자가 되는가.” “백선엽의 간도특설대가 조선인 독립군과 싸웠다는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잘못된 기술로 친일로 매도되는 분들이 있어선 안 된다.” 독립기념관장 면접에서 “일제강점 시절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는 답변도 국제법적으로는 완전히 틀렸다고 하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건국절 논쟁이 먹고살기 힘든 국민에게 무슨 도움 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과거 8·15는 그저 8·15였다. 해방, 독립, 건국, 광복의 의미가 구분되지 않았다. 그러다 2006년 한 신문에 실린 뉴라이트 이영훈의 건국절 제안이 분열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 윤 대통령의 새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본의든 아니든 역사전쟁을 촉발했다. 이종찬 광복회장의 과잉 반응까지 얽히며 기이한 광복절을 만들었다. 8·15 대통령 축사에는 의례적인 과거사 언급 한마디 없었다. 이튿날 KBS에 출연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는 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독립기념관 외에도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에 뉴라이트 성향 인사들이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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