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낯선 사이] 비상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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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2월2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하며 국민의힘에 입당...

한국 정치는 언제나 비상이다. 그래서 정치권에서 아무리 위기라고 해도 국민의 입장에서는 ‘비상대책위원회’가 낯설지 않고 비상사태라는 느낌도 별로 없다. ‘비대위’가 상시적으로 필요하다면, 비상 상태는 상례가 된다.

주지하다시피 베냐민의 비상사태는 칼 슈미트의 개념과 호응한다. 카를 슈미트는 주권을 무엇이 예외 상태인가를 결정할 수 있는 권력이라고 보았다. 그에 따르면, 주권자는 합법적으로 법을 중지시킬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자이다. 즉 주권자는 합법과 불법의 기준을 정할 수 있는 유일한 합법적 존재다. 이 때문에 주권자는 법 내부에 있으면서 동시에 법 외부에 있을 수 있다. 이처럼 치외법권이나 비상사태 모두 객관적인 개념이 아니다. 권력이 어떤 상태가 비상인지를 정한다. 그러므로 비상사태는 당파적일 수밖에 없는 언어다. 누군가에게 상례가 누군가엔 비상이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왜 그토록 김 여사를 보호하려 하는지 모르겠지만, 김건희 리스크를 통제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려다 보니 느닷없이 김기현 당 대표를 몰아내고 ‘대통령 라인’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되었다. 지금 한 전 장관을 두고 ‘차기’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이다. 상황은 변하기 마련, 단지 대통령 부부가 그들의 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 최적임자를 선택한 것뿐이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본질은 자신들만의 치외법권을 위한 것이다. 현 정권은 태생적 김건희 리스크를 안고 출발했다. 한반도 통일 문제부터 반려견 사랑까지 관심사가 넓었던 김건희 여사는 현재 한 달 가까이 공식 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사이 각종 포털 사이트는 대중 문화예술인 관련 뉴스로 도배됐다. 우연이 아니다. 새로운 버전의 3S 정책이다.김 여사 관련 사안은 남성 문화의 절정인 검찰 문제다. 김 여사 가족의 범죄나 명품백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김 여사와 대통령의 만남은 사법부, 검찰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김건희 리스크라는 말이 단 하루도 빠짐없이 들리는 이유다. 정권의 입장에서 이것은 비상사태이자 상례다. 이번 정권은 애초부터 비상 상태에서 출발했다. 대통령 부부 성혼의 구조적 성격 자체가 리스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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