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집값을 잡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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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집값을 잡으려면…
집값수도권 집값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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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지난달 20~25일 학계·연구기관·산업계·전문위원 등 부동산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중앙SUNDAY 6월 28일자 1면)에서도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주택 공급’(43%·26명)에 이어 ‘대출 규제’를 꼽았다(21%·12명). 대출 규제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파급력이 큰 정책인데, 정부와 대통령실은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27일 대책을 발표하고 다음 날 곧바로 시행했다. 예고하면 대출이 몰릴 게 뻔하고, 일부 매매 계약이나 이주비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최근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의 한 재건축아파트. 은행에서 잔금을 빌리지 못하는 상황이 되면서 발을 구르는 집주인이 한둘이 아니다. 재개발을 위해 이주를 앞둔 곳에선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들 중에는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투자에 나선 이도 있겠지만, 낡은 아파트·주택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기만을 기다린 이도 적지 않다. 이뿐 아니다. 전세나 월세를 살다 내 집 마련에 나섰던 사람도, 내 집 마련 계획이 있던 사람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매매 계약을 포기하는 바람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손해 보는 사람도 나오고 있다. 모두 정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서울·수도권에서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했다. 생애 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은 종전 80%에서 70%로 축소했다.집값이 들썩이고,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상황이기에 6·27 대책은 타당해 보이기도 한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 대비 91.7%로, 세계 38개국 중 2위다. 가계부채 증가를 막으면 들썩이는 집값도 진정시킬 수 있다. 본지가 지난달 20~25일 학계·연구기관·산업계·전문위원 등 부동산 전문가 3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전문가들은 서울·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로 ‘주택 공급’에 이어 ‘대출 규제’를 꼽았다.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 대출 규제는 국민의 일상생활에 파급력이 큰 정책인데, 정부와 대통령실은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27일 대책을 발표하고 다음 날 곧바로 시행했다. 이 때문에 자금 여력이 부족한 서민·중산층·청년·신혼부부는 이미 체결한 매매 계약을 파기하거나, 계획한 거래를 취소해 큰 손해를 봤다. 물론, 규제라는 특성상 예고를 하거나 유예 기간을 두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예고하면 대출이 몰릴 게 뻔하고, 일부 매매 계약이나 이주비 대출을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이런저런 사정을 다 봐주면 규제 효과는 떨어지게 마련이다. 전례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이른바 ‘임대차 3법’ 입법·시행은 물론, 15억원 초과 대출 규제 등을 검찰·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듯 전격적으로 발표·시행했다. 문제는 정책 시행에 앞서 국민에 미칠 파급력이나 반대 의견 등을 충분히 살펴봤느냐다. 정부가 수립하는 정책은 경제·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영향의 범위, 파급력만 다를 뿐 국민의 삶 여러 분야에서 변화를 가져온다. 우리나라처럼 정부 규제가 폭넓게 적용되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정부가 정책을 수립할 때 신중히, 충분히 숙고해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문 정부는 야당 등의 반대 목소리나 시장의 부작용 우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로 인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애꿎은 국민이 피해를 봤다. 이재명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충분히 고려했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피해자가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한 달을 맞아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번 부동산 대출 규제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하다”며 “수요 억제책은 이거 말고도 많다”고 했다. 집값은 당연히 안정화해야 하지만, 문 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 정부가 정권을 이어가지 못한 건 단지 집값을 잡지 못해서가 아니다. 충분한 고민 없이 각종 규제 정책을 남발하면서 피해자를 양산하고, 이로 인해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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