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베이스에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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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베이스에 갈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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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라노와 테너의 솔로곡 못지않게 베이스나 바리톤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건 단선의 멜로디로는 담아낼 수 없는 절묘한 ‘화음’이 선사하는 감동 때문이다. 하나의 음에 또 하나의 음이 더해져 또 다른 하나를 이룰 때 감동도 배가되는 법이다. 세상은 늘 목소리 큰 소프라노와 테너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숱한 위기에도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평범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소프라노와 테너의 솔로곡 못지않게 베이스 나 바리톤이 함께 부르는 듀엣곡이 대중의 큰 사랑을 받는 건 단선의 멜로디로는 담아낼 수 없는 절묘한 ‘화음’이 선사하는 감동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이중창 이 조르주 비제의 ‘신성한 사원에서’다. 37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카르멘’의 작곡가 비제는 불과 스물다섯 살 때 오페라 ‘진주조개잡이’를 발표하며 자신의 이름을 처음 세상에 알렸다.

1막에 등장하는 이 노래가 인기 비결이었다. 우리의 우정은 변치 않을 것이란 두 젊은이의 브로맨스가 영롱한 하프 선율에 따라 멋들어진 하모니로 발현되면서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렸다.이 곡이 특히 높게 평가받는 건 리릭 테너의 아름다운 멜로디를 바리톤의 중저음이 밑에서 탄탄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각자의 음이 튀지 않게 유지되면서 서로의 음색과 톤이 최상의 화음으로 어우러지도록 짜여 있기 때문이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등 당대의 내로라하는 테너들이 유독 이 곡을 부를 때면 파트너 섭외를 제1의 과제로 삼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신의 고음에 더해 누가 가장 완벽하게 화음을 이뤄내느냐가 곡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밴드를 구성할 때 다른 악기는 뺄지언정 베이스는 반드시 포함시키는 것도 곡의 완성도를 담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베이스의 위력을 실감하고 싶다면 역대 최고의 히트곡 중 하나인 마이클 잭슨의 ‘빌리진’을 들어보면 된다. 첫 도입부부터 ‘딴딴딴딴’ 시종 지속되는 베이스 음이 밑바탕이 됐기에 전설의 모자 던지기나 문워크 뒤로 걷기 신공도 빛을 발할 수 있었다. 현악 4중주라고 다를 게 없다. 첼로의 묵직한 중저음이 저변에 깔릴 때 바이올린의 현란한 기교도 날개를 달게 된다. 하나의 음에 또 하나의 음이 더해져 또 다른 하나를 이룰 때 감동도 배가되는 법이다. 주목할 점은 아무리 멋진 음이라도 언뜻 들으면 이게 베이스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거다. 오히려 조금 두텁고 강한 톤의 메인 파트려니 착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거야말로 베이스의 숨겨진 매력이자 강점이다. 좀처럼 튀지 않으면서도 멜로디를 떠받치며 곡의 퀄리티를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다. 박지성 선수가 스타플레이어 즐비한 프리미어리그에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드러나지 않게 묵묵히 헌신하는 ‘언성 히어로’였기 때문이다. 골 넣는 스트라이커는 관중을 부르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언성 히어로는 승리를 부른다는 건 축구계의 오랜 정설이다. 기실 우리 사회가 이만큼 발전한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온 수많은 베이스들 덕분이다. 세상은 늘 목소리 큰 소프라노와 테너가 주도하는 것 같지만 역사를 되돌아보면 숱한 위기에도 자기 자리를 꿋꿋이 지켜온 평범한 시민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때로 고음이 너무 튄다 싶을 때면 당당히 제 목소리를 내며 하모니의 균형을 잡아온 것도 그들이었다. 한 명의 저음은 묻힐 수밖에 없지만 열 명, 스무 명이 함께 부르면 그 어떤 고음보다 감동적일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 것도 그들이었다. 최근 혼돈의 정국 속에서 믿고 기대할 것 역시 양식 있는 시민들의 힘과 저력일 터다. 각자 자기주장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와중에도 이들 베이스가 대한민국호의 중심을 든든히 잡아주는 평형수 역할을 담당할 때 우리 사회도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큰 걸음”이란 영화 ‘말모이’ 대사처럼 비록 조금 더디더라도 ‘함께’ 나아갈 수 있으려면 베이스의 중저음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지금이다. 베이스에 갈채를, 언성 히어로에 격려와 희망을. 이게 21세기 더 나은 민주주의 사회로 향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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