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피아니스트 백혜선의 '못생긴 발' SBS뉴스
피아니스트 백혜선이 최근에 낸 책 이름을 보고, 처음엔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그는 좌절과 관계없어 보이는 화려한 커리어의 소유자이니까요. 간단히 살펴볼까요.
28살, 29살이 애매한 때다. 공부는 끝났고 직장은 어디서 구해야 할지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회사에 취직해서 6개월 동안 일했다. 장거리 전화 회사였는데, 두 달 만에 매니저로 승진도 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꼭 피아노를 안 하고도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정말 아깝네. 이때까지 내가 한 건 피아노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들었다.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재도전…1위 없는 3위 스승인 변화경 선생님이 차이코프스키 콩쿠르에 다시 한번 도전하라고 권유한 게 이때였습니다. 피아노는 포기했다고 하자, ‘지금 생각하지 말고 일단 지원서 내고 생각하라’고 강권했습니다.
서울대 교수는 '안 맞는 옷'이었다 서울대 교수는 나한테 맞는 옷이 아니었다. 너무 일찍 그 자리에 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배운 건 무대에서 연주를 하기 위해서였는데, 교수를 하니 학생들을 맡아서 가르쳐야 했다. 이렇게 살면서 내가 제대로 연습할 시간이나 있을까 싶었다. 주변에선 서울대 교수가 ‘대한민국 사람의 꿈’이라고 했지만, 나는 남들과 같은 꿈을 꾸기 싫다고 말하곤 했다. 결혼하고 아기도 낳고, 그렇게 10년을 보내고 나서 드디어 사표를 냈다. 10년 동안 그만둘 준비를 한 셈이다. 교수, 연주자, 엄마로서 1인 3역이 너무 힘들었고 그 무엇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지 못했다. 그리고 만약 하나를 버려서 나머지 둘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내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는 명확했다. 서울대를 그만두려고 했을 때 제일 반대했던 사람은 엄마였다.
정말 40대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너무너무 힘들었다. 아이들을 집에 두고 연주 여행을 다녔다. 아이들한테 ‘우리가 필요한 물건들을 사려면 엄마가 집을 비워야 한다’고 했다. 잘 풀리지 않는 오랜 날들을 살다 보면 그것을 비정상이라 여기고 겨우 매끄럽게 굴러가는 날들이 찾아왔을 때 마침내 나도 정상적인 삶을 살게 되었다고, 반드시 이 생활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인정받지 못하는 순간에도 연주자는 자기 연마를 통해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나는 아무런 진전도 거두지 못했지만 이렇게나 열심히 연습했고 그러니 내일은 한발 더 나아가게 되리라, 하며 헛되어 보이는 시간에 기어코 의미를 부여할 줄 알아야 한다. 그 시간이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것을 진실되게 느껴야 한다. 사람이 자기 마음에 따라 어찌할 수 없는 것이 ‘결과’라면, 적어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과정’만이라도 충실히 그리고 기꺼이 따라야 한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스프] '후계자설'까지 나오는 김정은 딸 주애…김정남 때 살펴보면북한의 인민군 창건 75주년 열병식이 지난 8일 밤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진행됐습니다. 고체연료 ICBM으로 보이는 새로운 전략무기가 공개되는 등 북한의 대외 메시지가 관심이었지만, 정작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김정은의 딸 주애였습니다.
Read more »
[스프] 무서운 일본 투수진, 희망은 '속도 대조 효과'에 있다?WBC 일본 대표팀의 선발 투수진은 이번 대회 참가국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투타 모두 메이저리그 최정상급인 오타니 쇼헤이, 지난해 35살에 16승을 올리며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낸 다르빗슈 유, 2년 연속 사와무라상 수상자인 NPB 최고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 지난해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사사키 로키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투수들이 4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한다.
Read more »
[스프] 범죄도시3, 노량, 외계+인 2부…올해도 대세는 '속편'?2022년 극장가 흥행작에는 뚜렷한 특징이 있었다. 박스오피스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속편이었다. 1위 '범죄도시 2', 2위 '탑건:매버릭', 3위 '한산', 4위 '공조 2:인터내셔널, 5위 '닥터 스트레인지:대혼돈의 멀티버스' 순이다.
Read more »
[스프] '서울의소리'와 '도이치' 1심 선고, 그리고 김건희 여사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원고인 민사소송, 김 여사가 소송 당사자는 아니지만 김 여사에게 시선이 집중된 형사재판이 있습니다. '서울의소리'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재판인데요, 두 소송의 1심 선고가 오늘 나왔습니다.
Read more »
[스프] '임윤찬 현상'의 맥락을 제대로 읽는 재미지난달 19일 새벽 5시 반, 갑자기 눈이 떠졌다. 습관처럼 휴대전화를 켰는데 알람 하나가 떠 있었다. 영국 위그모어홀에서 열린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라이브 공연 알람이었다.
Read more »
[단독] 미 '핵탄두 1420개, 신형 ICBM 642발' 전격 공개중국 정찰용 풍선이 감시한 것으로 알려진 몬태나와 미주리 등의 비밀 핵기지를 비롯해 미사일, 폭격기, 잠수함 즉 3대 핵전력의 실체를 미국이 전격 공개했습니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