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청(靑)' 또는 '남(藍)'을 사랑한 우리 장인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서울 종로구 서촌을 산책하다 보면 주택가 한 가운데 운치 있는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정원은 고즈넉하고 이층 ...

현대 동양화가 1세대에 속하는 박노수는 1955년 국전에서 대통령상을 받는 등 화려한 초기 시절을 지냈다. 1970년대부터 남색과 하얀 여백이 지배하는 일군의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다.박노수 미술관 소장박노수 그림에서 여백은 단순히 안 그린 부분이 아니다. 사색과 상상의 여지를 둔다. 다른 부분과 어울리게 '옳은' 공간에 배치돼야 한다. 보이지 않는 정신을 그리는 게 동양화 제일 큰 특징이다.위에서 본 '산수'부터 1988년 작품 '산'과 1982년 작품 '조어', 1990년대 초에 그린 '유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에게 남색은 고민하는 색이었고, 마음을 흔드는 색이었으며, 간직하고픈 색이었다. 그래서 그의 호도 '남색 남'이 들어간 '남정'이다.이 색은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 선두 작가였던 이브 클랭이 영원히 사랑한 색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 장인들 남색 사랑이 더 앞선다. 고려청자를 이어받은 조선 시대 청화백자가 그것이다. '청화'란 '푸른색의 문양'이라는 의미로 '회회청' 안료를 사용한다. 페르시아에서 생산돼 중국을 통해 들어왔지만, 우리 고유의 색으로 승화시켰다.박노수에 이어 남색을 사랑하는 현대 화가는 김춘수다. '청색은 한국미 본질을 좇을 수 있는 깨달음의 여정'이라고 말한 작가다. 그가 빠진 푸른 기운은 전통과 현대가 동화된 기운생동이다.농사꾼 염료 장인 한광석이 사랑한 색도 거의 같다. 그는 '쪽빛'으로 부르는 걸 고집한다. 시인 김지하는 그가 만든 색을 보며 '슬프다'고 했고, 작가 조정래는 '사무친다'고 했다.'불광불급'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미쳐야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청화백자 장인부터 박노수, 김춘수, 한광석, 이브 클랭은 모두 청색에 미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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