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자폭탄 터뜨려서 해방시켜줬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해방됐을지 몰라도 우리 원폭 피해자는 해방이 됐습니까.” 몇달 전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말이 잊히지 않았...
“미국이 원자폭탄 터뜨려서 해방시켜줬다고 하는데, 대한민국은 해방됐을지 몰라도 우리 원폭 피해자는 해방이 됐습니까.” 몇달 전 경향신문에 실린 인터뷰에서 이 말이 잊히지 않았다. 내게 해방은 1945년에 있었던, 지나간 사건이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아직 닿지 못한 역사였다. 해방을 너무 쉽게 말해왔음을 반성했다. 가자지구 집단학살 1년을 앞두고 열린 집회 제목은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의 연대자’였다. 스스로에게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해방을 모르고 해방의 연대자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년 가자지구 공습에서 사망한 이들의 명부를 봤다. 1948년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 700명, 2024년에 한 살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이 710명. 운 좋게 살아남아 그 모든 시간을 지켜본 것이 행운일까, 추방도 학살도 착취도 알기 전 생을 마감한 것이 행운일까. 이 죽음들을 어떻게 애도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광복의 완성은 통일.” 윤석열 대통령은 북녘으로 자유를 확장해 한반도에 통일 대한민국을 세우자고 했다. 종말 운운하는 날선 말로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일이 해방을 완성한다는 역사의 전도 앞에서 1948년 또 다른 학살의 역사를 떠올렸다. 식민자는 물러갔으나 아직 우리의 해방은 오지 않았다고 여긴 사람들이 무장하여 봉기한 ‘제주 4·3’, 절멸의 이유는 ‘빨갱이’였고 대한민국은 아직 그 역사를 소화하지 못한다. 역사와 서둘러 작별하지 않으려 문장을 써나간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대통령에게 그저 “국가적 경사”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세상 읽기]딥페이크, 깊은 속임수찍히는 사람이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작고 성능이 좋은 캠코더나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이미지로 사람을 속이는 프로그램이 개발된 사실은 대체로 여성의 권리가 침해되는...
Read more »
[세상 읽기]정부는 ‘벼멸구 피해’ 안 보이나20대 딸에게 ‘벼멸구’를 아는지 물으니 의외로 알고 있었다. 근래 언론에서 벼멸구 피해 소식을 그나마(!) 다루고 있어서 들어본 것이냐 물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예능프로그...
Read more »
[세상 읽기]마법의 주문을 외우면지난달, 대만에 인접한 일본의 작은 섬 미야코에 다녀왔다. 미야코섬은 ‘미야코 블루’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도 아름다운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데, 최근 진에어 항공이 직...
Read more »
[세상 읽기]주 4일제 실험, 비판과 대안 궤적 사이세브란스병원과 경기도가 쏘아 올린 노동시간 단축 실험은 5년 후 어떻게 평가될까. 예견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시간을 새롭게 되찾기 위한 사례로 남을 것은 분명하다. 사실...
Read more »
네타냐후 총리, 하마스 수장 사망에도 “전쟁은 계속된다”···난감한 미국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지도자 야히야 신와르를 사살하고도 팔레스타인과 전쟁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신와르의 사망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휴전 협상의 ...
Read more »
'하마스, 신와르 사망에 흔들리더라도 무너지진 않을 듯'(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수장의 잇따른 죽음에도 하마스는 궤멸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