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재벌에 빚진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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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카드 '마스가'엔현대와 한화의 땀방울이AI 치맥회동의 출발점은삼성家·SK 반도체 결단재벌해체 강조하던 IMF도30년만에 '성공모델' 평가

30년만에 '성공모델' 평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워싱턴 특파원으로 국제통화기금 본부를 취재했다. 그때 한국의 재벌은 외환위기의 '주범' 취급을 받았다. 워싱턴 당국자들은 한국 재벌을 일반명사인 'Conglomerate'로 부르지 않고 'Chaebol'이란 고유명사로 발음했다. 대기업군이 정부의 지원 아래 가족 소유로 운영되는 한국 재벌이 이때 전 세계에 처음 알려졌다.

워싱턴 사람들은 공공연히 '재벌 해체'를 언급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승전 '한국의 조선업'이었다. 작년 11월 윤석열과의 첫 통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콕 집어 말했다. 그는 이미 1998년에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중공업 거제조선소를 방문한 바 있다. 우리 정부의 전략도 '마스가'였다. 트럼프의 대선 공약인 MAGA를 빗대 만든 이 전략은 바로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조선업의 부활을 겨냥했고, 결국 트럼프를 설득하는 효자 노릇을 했다. 이번 경주 APEC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가 거둔 최대 성과는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이리라. 이례적으로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요청하자 하루 뒤 트럼프 대통령은"한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고 전격 승인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의 한화오션이 2024년 말에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김승연 회장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한국의 30년 자주국방의 숙원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다. 사실 한국 조선업의 태두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다. 그는 현대건설을 성공시킨 경험만 믿고 1970년 3월 조선사업부를 설립했다. 1971년 영국의 애플도어사와 기술계약을 맺었지만 차관 도입이 난제였다. 런던으로 달려가 만난 찰스 롱보텀 회장이"한국의 잠재력에 의문이 많다"고 난색을 표하자 정 회장은 바지 주머니 안의 500원짜리 원화 지폐를 꺼냈다."여기 이 돈의 거북선을 보시오. 한국은 이미 1500년대에 철갑선을 만들었소." 정 회장이 그의 자서전에서 밝힌 유명한 일화다. 이번 APEC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AI 도원결의'를 맺은 '치맥 회동'일 것이다. 미국이 한국과 반도체 및 모빌리티 분야에서 동맹을 맺는 장면이었다. '한국의 젠슨 황'으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도"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를 핵심 공급사로 삼았다"고 밝혔다. AI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 개발 성공에 따른 자신감이었다.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삼성의 이병철, 이건희 회장의 결단으로 이룩한 성과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10월 중순 IMF는 한국 재벌에 대한 평가를 27년 만에 바꾸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과 브라질의 산업정책을 비교하면서"한국의 재벌 중심 산업정책은 기술 학습과 시장 경쟁을 결합해 구조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 예로 현대자동차의 성공 사례를 들었다. 1998년 보고서에선"한국의 30대 재벌이 과잉 부채와 교차 보증으로 위기를 초래했다"고 적었던 IMF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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