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외식 물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집밥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식재료 가격마저 급등하면서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묵은 김치찌개 한 그릇에 담긴 추억과 어머니의 정성,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통해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집밥의 가치를 재발견하고, 건강한 식단을 추구하는 트렌드를 분석한다. 외식 물가 상승률, 식재료 가격 상승, 집밥 레시피 공유 등 집밥 관련 현황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오랜만에 냉장고 정리를 시작했다. 2년이나 묵은 김치 한 포기가 덩그러니 남아 있어, 아쉬운 마음으로 찌개로 끓여 먹기로 했다. 쉬어버린 김치는 역시 찌개로 변신하는 것이 숙명과도 같았다. 참치 통조림을 넣고 푹 끓여내니, 짭짤하면서도 깊은 맛이 입맛을 돋웠다. 그리고 정말 오랜만에 햅쌀로 밥을 지었다. 남편은 '간만에 제대로 된 밥을 먹었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소박하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깃든 김치와 갓 지은 밥 한 그릇이 가져다주는 따뜻함과 포만감은 그 어떤 고급 음식점의 맛보다 값진 것이었다. 김장 김치에는 어머니의 지난 세월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싱싱한 멸치를 사서 2년 동안 숙성시킨 액젓, 직접 볶아 만든 천일염, 5년 전에 담근 매실액, 갈아 넣은 생새우, 그리고 엄선된 배추와 고춧가루까지, 어머니는 김치 하나를 담그기 위해 모든 재료에 정성을 쏟았다.
몇 해 전 수술로 허리와 어깨에 통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년 고된 김장을 해 택배로 보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은 늘 감사함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식당에서 파는 중국산 김치찌개는 배는 채울 수 있을지 몰라도, 마음속 깊은 곳의 허기까지 채워주지는 못한다. 수지타산을 맞춰야 하는 식재료 선택, 효율성을 위한 획일적인 조리 과정 속에서는 음식에 담긴 진정한 '정'을 느끼기가 어렵다.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정성을 다하는 식당은 가격이 너무 비싸, 평범한 직장인에게는 자주 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문제는 단순히 비싼 가격뿐만이 아니다. 음식은 곧 우리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채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 먹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제철에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제대로 챙겨 먹는 데는 소홀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건강을 위해 집밥을 해 먹기로 결심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보면서, 서울살이에 지쳐 고향으로 내려가 직접 농작물을 키우며 생기를 되찾는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봄에는 나물 파스타와 아카시아꽃 튀김을, 여름에는 오이 콩국수를, 가을에는 밤조림을, 겨울에는 배추된장국을 끓여 먹는 모습은 자연이 주는 선물에 감사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대학 시절,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며 집밥의 그리움에 사무쳤던 기억이 떠올랐다. 기숙사나 학교 식당 밥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엄마가 해준 된장찌개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함과 그리움은 잊을 수가 없었다. 그 맛을 되살리고 건강을 챙기기 위해, 집밥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평일에는 퇴근 후 늦은 시간과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쉽지 않지만, 주말이라도 제철 식재료를 사서 국과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저속노화를 위한 집밥 열풍이 불고 있다. 세포 노화를 늦추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식단, 즉 항산화 식품인 베리류, 토마토, 브로콜리, 콩, 생선, 달걀 등 단백질 위주의 식단으로, 흰쌀밥과 밀가루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치솟는 외식 물가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집밥으로 눈을 돌리는 현상도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외식 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체 물가 상승률 1.7%의 두 배에 육박했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레시피 영상이 넘쳐나, 요리에 대한 두려움 없이 누구나 쉽게 요리에 도전할 수 있게 되었다. 한식, 양식, 중식, 일식은 물론이고, 두유, 그릭요거트 같은 웰빙 식품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어떤 식재료든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며칠 내로 집 앞까지 배달되니, 장보기의 번거로움도 덜 수 있다. 집밥 회귀 현상에 따라 유통가의 식품 판매량도 늘었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8월 쌀과 계란류의 온라인 거래액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7%, 26.4% 증가했다. 사실,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집밥 열풍이 불고 있지만, 미국,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가정식 의존도가 높았다.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외식 물가 급등을 우리보다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유독 집밥 물가가 비싸다. 8월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7%나 높아, 스위스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게다가 올해 배추, 무, 양배추, 삼겹살 등 주요 식재료 가격이 전년 대비 10~50% 이상 급등하면서, 밥상 물가 부담은 더욱 커졌다. 외식도 집밥도, 모두 쉽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