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전세사기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는 92년생 국민입니다. 아직 전세사기 당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만, 멈춰있던 공매가 다시 진행돼 강제로 쫓겨나지는 않을지 미래가 걱정됩니다.” “8월15일이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8월15일이 오기 전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시위 단체들을 막아주세요.”이재명 대통령이 엑스에 올린 한 게시글 댓글 창이 돌연 ‘정책 제안소’가 됐다. ‘시민 의견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이 대통령의 한 문장에 반응한 누리꾼들이 수천 개의 댓글로 각자의 바람을 전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전달하고 나선 것이다.
정부 초기 상대적으로 덜 조명받은 여성 정책에 대한 호소부터 노동권과 안전, 지속가능성 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정책 제안이 시민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꼬리를 물고 있다.발단은 이 대통령이 지난 8일 엑스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이 대통령은 언론 브리핑실에 기자를 비추는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한 ‘브리핑룸 시스템 개편’을 언급하며 “우연히 댓글을 통해 접한 제안이 의미 있다 판단해 실행에 옮겼다”고 설명했다. 특히 글 말미에 “참신하고 유익한 의견 주시면 앞으로도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짚은 대목이 누리꾼들의 이목을 끌어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이 글에는 15일 현재 43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통상 이 대통령 엑스 글의 댓글 수가 1천개 미만인 것에 견줘 월등한 수준이다. 이 대통령에 대한 정치적 지지나 반대를 적은 글도 일부 있지만, 글 대부분이 실제 실현되길 바라는 진지한 정책 제안을 담고 있다.다양한 일터에서 전하는 노동권 보장에 대한 요구가 많다. 한 시민은 “아이티 업계에는 근무 시간 관리가 명확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중소·하청기업들은 주휴수당, 야근수당 한 번 없이 사람을 갈아가며 운영되고 있다”는 현실을 소개하며 “포괄임금제 폐지를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이는 “5인 미만 사업장에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히 직장 내 괴롭힘에 관련된 조항의 전면 적용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구직자로 추정되는 한 누리꾼은 “지원자에 대해선 이름, 나이, 학교, 학점, 자격증, 성장환경, 장단점까지 알뜰살뜰 다 가져가면서 가장 기본적인 급여를 ‘내부규정에 따라’라고 쓴다”며 “취업공고 낼 때 임금 명시를 의무화해달라”고 제안했다.한 시민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더욱 명확히 하고 안전관리 전담 인력을 양성하는 등 장문의 중대재해처벌법의 현실화를 위한 정책 제안서를 만들어 게시하기도 했다. “안정적으로 영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임대료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해달라”는 자영업자, “과도한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협박 당하는 일선 교사들을 위해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교사의 댓글도 이어졌다.여성과 사회적 소수자 보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누리꾼은 지난 10일 대구 달서구에서 일어난 교제살인 사건을 언급하며 “교제폭력에 관한 예방, 보호, 처벌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교제폭력을 ‘여성혐오 폭력’으로 인정하고 관련 대책을 요구한다”고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채용에서의 성차별이야말로 사회의 공정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최악의 범죄”라며 “기업들의 채용 차별을 강력히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광장에서 나온 주요 요구 중 하나인 ‘차별금지법 제정’을 비롯해 비동의강간죄, 임신중지법, 생활동반자법 도입 등에 관한 언급도 잇달았다. 고통스런 경험에 바탕한 절박한 정책 제안도 이어졌다. 한 시민은 “주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생존자’로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충동이 ‘자살’로까지 이어지는 건 10분도 안 걸리는 일이라고 한다. 충동을 느끼면 바로 응급실을 찾을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응급실에 정신질환 관련 위기대응 시스템을 만들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크고 작은 요구도 컸다. 한 누리꾼은 ‘제주 남방큰돌고래 서식지에서 벌어지는 수상 레저 행위가 돌고래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남방큰돌고래를 지켜달라. 인간의 유희가 생명보다 우선이 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미래 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중·고등학교 교과 과목으로 ‘노동’을 신설해 아이들이 경영자가 되든, 노동자가 되든 기본적인 법적 사항을 지키고, 요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거나 “과자, 음료 등의 성분을 보면 소아비만,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최악의 성분들이다. 아이들이 건강한 식품을 먹을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강화하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댓글창을 메웠다.생활형 정책 제안도 적잖다. 자신을 지방에 사는 50대 아미로 밝힌 한 여성은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그룹이 존재하는데도 그 흔한 케이팝 공연장이 없다”며 케이팝 인프라가 좀 더 다양한 지역에서 확충되길 바랐다. ‘길거리 쓰레기통을 늘려달라’거나 ‘결혼식 업계 정찰제를 시행해달라’는 등 일상에서 겪은 불편이나 불합리를 해소해달라는 제안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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