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명분’ 송미령 유임, 농민 반발 넘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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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송 장관에 “갈등 조절하는 데 직접 역할하라”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유임하기로 결정하자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당시 송 장관이 농민들을 위한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에 대해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인물인 만큼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송 장관은 기획재정부 재정정책자문위원, 농업관측센터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역임한 전문가로, 20223년 12월 윤석열 정부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 임명돼 정권이 바뀐 지금까지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정권 교체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부의 송 장관이 유임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 대통령의 '실용주의'라는 인사 철학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주된 평가다. 능력이 있는 인사라면 진영을 따지지 않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겠다는 게 이 대통령의 지론이라는 것이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역시 송 장관의 유임을 발표하면서"보수-진보 구분 없이 기회를 부여하고 성과와 실력으로서 판단하겠다는 것으로, 이재명 정부의 국정철학인 실용주의에 기반한 인선"이라고 설명했다. 송 장관이 이 대통령의 눈에 띈 건, 지난 5일 새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열린 국무회의에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으로 토론을 벌이고 의견을 개진하던 송 장관을 이 대통령이 좋게 평가했다는 후문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24일 브리핑에서"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국무위원들이 사의를 표명한 이후였기 때문에 조금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질문에 답을 하고, 한편으로는 어떤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를 하고 이를 적극 반영한 안을 가지고 왔다. 그런 부분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준비돼 있는 현직 국무위원으로 판단한 게 아닌가 짐작한다"고 밝혔다. 대선 기간 내내 '국민통합'을 강조했던 이 대통령 입장에선 송 장관을 '탕평 인사' 차원에서라도 유임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지난 23일 민주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 자리에서 송 장관의 유임 배경에 대해"탕평 인사로 봐줘야 한다","우리끼리만 하는 것을 국민들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민주당 문진석 원내 수석부대표가 YTN라디오에 출연해 전했다. 송 장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불법계엄을 선포하기 직전 열렸던 국무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일종의 '반성문'을 내놓은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송 장관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계엄을 알았으면 국무회의에 안 갓을 것이고 국민께 송구하다"고 밝힌 바 있다.문제는 송 장관 유임에 대해 정책 수용자가 될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송 장관을 '농만장관', '내란장관'이라고 지칭하며 유임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실용주의 인사라는 데 대해"농민들에게 어떠한 해명도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농민들 입장에선 송 장관이"성과와 실력, 소신이 없는 자"라는 것이다. 이들은 이 때문에"12.3 내란사태 이전부터 농민들은 송미령 탄핵을 요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송미령이 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농업은 완전히 파탄났다"며"자신의 임기 중 있었던 쌀값 20만 원 약속을 뒤집으며 '역대급' 쌀값폭락을 방관했다"고 비판했다. 또"국민의 주식인 쌀을 폄훼하며 양곡관리법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농민이 요구하고 여러 야당이 함께 추진한 농업민생 4법을 두고 '농망4법'이라는 망발로 비아냥거렸다"며"식량자급을 운운하면서도 전국 벼 재배면적의 11%에 달하는 면적을 강제로 감축하여 쌀 생산기반을 통째로 붕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특히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당시 전봉준투쟁단을 꾸리고 이른바 '남태령 트랙터 시위'를 벌였던 농민단체인 만큼, 송 장관의 유임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 분명하다. 이들은"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식량주권은 곧 국가안보'라고 이야기했으며, '남태령 정신' 계승과 국가책임농정을 약속한 바 있다"며"그러나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행보는 후보 시절 이야기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핵심공약인 양곡관리법 재추진에 대한 언급은 없고, 비상경제 TF에서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빠졌으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대신한 국정기획위원회에도 농업 관련 인사가 전무한 것을 보며 농민들의 마음에는 기대보다 우려가 커졌다"며"그리고 이번 장관 인선으로 우려는 현실이 됐다"고 지적했다.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진보당 전종덕 의원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송 장관 유임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전 의원은"무엇을 위한 실력이고 누구를 위한 실용인가. 양심과 정의를 상실한 실력과 실용은 국민과 농민들에게 고통을 줄 뿐"이라며"이재명 정부에는 농정을 책임질 인물이 그렇게도 없느냐"고 비판했다. 또한"내란세력 청산을 외치며 당선된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는 국가책임농정, 국민주권 정부를 말하고 뒤에서는 송 장관을 유임시키는 것은 남태령·석수역 트랙터 농민들을 정면으로 배신한 것이고 내란 농정의 연장이자 농업·농촌· 농민 포기 선언"이라며"식량주권·식량안보 최전선에 선 농민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송 장관 유임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 내에서도 송 장관 유임에 부정적인 기류가 흐르자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이날 급히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을 만나 진화에 나섰다. 우 수석은 면담 전 기자들과 만나 과거 송 장관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반대 등에 대해"인선 과정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에 맞춰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전했다. 우 수석은 면담 후엔"이 대통령은 비록 전 정권의 장관이어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한다는 것"이라며"민주당과 함께하는 인사들 중에도 뛰어난 분들 있는데 이번 인사 만큼은 통합적으로 가기로 했다는 점을 전달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의원들은 대통령 인사권을 존중하나 약속했던 많은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약속을 분명하게 해줘야 농업·농민단체들이 받아들이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했다"며 이런 우려를 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은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송 장관이 과거에 반대했던 양곡법 개정안과 농수산물가격안정법 개정안 등에 대한 태도 변화가 송 장관을 인정할지를 결정하는 하나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 관련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위원들과 면담을 하기 위해 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2025.06.24. ⓒ뉴시스강 대변인은"이 대통령이 '송 장관이 사회적 충돌 또는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들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어서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고 제안했고, 거기에 대해 수긍한 걸로 안다"며"유임 결정은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 갈등 조정과 기능 역할은 내각에 임명되거나 내정된 분들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이어"장관은 임기제가 아니지 않나"라며"임명되거나 유임된 분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대민 행보를 하고, 불만사항에 어떻게 응할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송 장관이 국민들로부터 신임을 얻지 못하면 인사권자인 이 대통령이 언제든 교체할 수 있음을 상기한 것이다. 여권 일각에선 송 장관이 직접 농민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전날 송 장관은 소감문을 내고"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그동안 쟁점이 됐던 정책이나 법안 등에 대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춰 적극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기후 변화에 따른 농업의 변화와 농촌 소멸 등 농업·농촌의 현안에 연속성 있게 대응하는 한편 성과를 통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분골쇄신의 자세로 새 정부 농정 추진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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