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이 무슨 선문답인가. 18세기 영국의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 “존재한다는 것은 지각된다는 것이다”라는 명제를 말하면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지면 소리가 난 것으로 볼
수 있는지 되물었다. 존재와 지각에 관한 질문인데, 이를 논하자면 현상학을 넘어 양자론까지 논의가 넓어지지만, 범박하게 풀자면 ‘듣는 귀가 없다면 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정도로 갈음할 수 있다. 왜 소리가 존재하지 않냐고? ‘공기의 진동’이야 존재하지만, 그것을 ‘소리’로 느낀다는 것은 귀가 있어야 가능하다. 심지어 ‘쿵’ 소리라고? 그것은 뇌의 존재를 전제한다. 인지적 주체, 언어화된 주체, 사건에 감응하는 주체 말이다.‘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매회 저 선문답을 각 인물의 목소리로 들려주며 시작한다. 지금부터 ‘사건에 감응하는 주체’에 관해 이야기하겠노라는 선언이다. 타이틀 로고도 노골적이다. 제목의 글자가 감았던 눈을 뜨는 모습을 형상화해, ‘주체의 각성’을 상징한다. 요컨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일어난 어떤 사건에 ‘감응하는 주체’로 ‘감았던 눈을 뜨겠다’는 뜻 되시겠다. 영어 제목은 ‘The Frog’다.
드라마는 1회에서 정확하게 두 사건을 대조적으로 포개 놓는다. 2001년 모텔, 살인자 지향철에 의해 피칠갑이 된 방과 몰려든 기자들로 떠들썩한 현장이 나온다. 그리고 곧바로 2022년 펜션의 락스로 청소된 욕실과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현장이 나온다. 그 장면에 이어 2001년 모텔이 쓸쓸히 문을 닫은 장면과, 2022년 펜션에서 친구와 함께 “펜션을 위하여~” 건배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향철의 살인으로 망한 모텔의 비극을 알고 있는 펜션 주인이라면 살인 가능성이 떠올랐을 때, 일단 부인하고 싶었으리라. 더욱이 먼저 떠난 아내와의 소중한 추억이 남아 있는 공간을 살인으로 더럽히는 것을 상상하기조차 싫었으리라. 그래서 전영하는 살인이 의심되는 정황임에도 그냥 덮기로 한다. 그의 은폐는 죄의식으로 남았다.6회 이전까지는 전영하에 상응하는 과거의 인물이 구상준인 양 착시를 일으켜서, 두 사건을 꿰뚫는 메시지가 모호해 보인다. 구상준은 아무것도 모른 채 돌에 맞은 개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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