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생 여성 박씨는 상반신이 오른쪽으로 30도가량 기울었다. 허리는 곧게 펴지지 않는다. 한발...
박씨 노인이 지난 1월 2일 폐골판지를 들고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다. 20년 전 허리를 심하게 다친 박씨는 허리를 곧게 펼 수 없고, 상반신도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이효상 기자
어쩌다 박씨는 주차장에서 폐지를 분류하게 됐을까. 누구의 선의도 아니었다. 박씨는 이 주차장의 근무자들이 자리를 비우는 오후 시간에 주차장을 대신 봐주는 일을 한다. 그 시간은 5시간일 수도 있고, 6시간일 수도 있다. 근무자들이 얼마나 빨리 근무지로 복귀하느냐에 달려 있다. 빨라도 오후 7시, 늦으면 오후 9시 무렵에야 박씨는 집에 갈 수 있다. 그러고도 주차장에서 어떤 임금도 받지 않는다. 그저 고물을 부려놓을 공간을 얻기 위해 주차장 경비 노릇을 한다. 고용주도 없고, 4대 보험도 없이 하루의 4분의 1을 주차장 관리 일을 하며 보낸다.박씨 같은 노인들은 더 있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폐지수집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본 책 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 여성은 매일 아침 옆 동네의 상가건물에 가서 청소를 하고, 쓸 만한 재활용품을 수집해 온다. 다세대주택을 소유한 한 건물주는 노인들을 데려와 건물 내부 청소를 하게끔 하고, 그 대가로 재활용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8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연구한 ‘2023 폐지수집 노인 실태조사’ 결과를 일부 공개했다. 개발원은 1 대 1 대면 조사 방식으로 전국 폐지수집 노인 1035명을 만나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일평균 5.4시간씩, 주 6일 폐지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수입은 평균 15만9000원이었다. 시급으로 따지면 1226원으로 지난해 최저임금의 13%에 불과했다. 이들의 노동시간에는 폐지를 분류하는 데 쓴 시간은 빠져 있어 실제 시급은 이보다 더 낮을 가능성이 높다. 물가는 올랐고 폐지 단가는 떨어졌다. 이들의 생계는 더 곤란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실태조사에서 폐지수집 노인은 월평균 74만2000원의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 월평균 개인소득의 57% 수준이다. 폐지를 수집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용돈이 필요해서’, ‘건강 관리를 위해’라는 답변도 있었지만 절반 이상인 54.8%가 ‘생계비 마련’이라고 답했다. 애로사항으로는 ‘폐지 단가 하락’을 꼽는 이들이 가장 많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그럼에도 조사자의 88.8%는 ‘향후에도 폐지수집 활동을 지속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개발원은 이번 실태조사에서 폐지수집 노인의 규모를 4만2000명으로 추산했다. 미등록 고물상을 포함해 전국 4200개 고물상을 상대로 조사해 추정한 수치이기에 현실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75세 이상’의 비율이 57.8%로 높았고, 평균 연령은 76세로 조사됐다. 2인 가구가 56.7%였고, 독거가구가 36.4%였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주식양도세 부자 감세, 금투세 폐지...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진단] 정치와 이념에 휘둘리는 증권과세 체제... 입법 사안, 윤 대통령 일방적으로 발표
Read more »
“정부 말 믿은 내가 죄인” 분양되고도 눈물…1년째 헛도는 ‘실거주 의무 폐지’ [부동산 이기자][부동산 이기자-18] 1·3 대책으로 부동산 규제 푼다던 정부 전매제한 완화됐지만 실거주 의무 여전 야당 “갭투기 부추길수도” 법개정 반대 오는 21일 재논의…사실상 마지막 기회
Read more »
어느날 차에 샤넬백 숨긴 아내…요양원 원장과 밀회 대가였다그보다 2015년 간통죄 폐지 후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수사기관의 업무가 흥신소로 넘어가면서 불륜 조사의 전성기가 열렸음은 분명하다. 11월 13일 서울 동작구에서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하는 남성 한모(38)씨가 흥신소를 찾게 된 계기도 변호사의 소개 때문이었다. 불륜 사건에선 의뢰인의 선수금을 챙긴 뒤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포착해 배우자한테도 입막음 비용을 요구하는 식이다.
Read more »
“‘고용평등상담실’ 없었더라면”…여성 노동자들, 예산 삭감 반발고용노동부, 민간 고용평등상담실 폐지 방침에노동자들, 국회 토론회 나와 폐지 막아달라 호소
Read more »
등록금 10여년 동결했지만…한국 학부모 허리는 펴지지 않았다칠레·영국·오스트레일리아 이어 OECD 4위
Read more »
‘폐지 할머니’ 손수레 밀고 우산 씌워준 중학생들 화제지난달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힘겹게 수레를 끌고 가는 노인에게 우산을 씌워준 여성이 노인에게 현금까지 뽑아 건넨 선행이 알려져 감동을 선사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중학생들이 폐지 노인의 손수레를 대신 밀고 언덕을 오르는 장면이 영상에 찍혀 다시 한 번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고 있다. 전주 MBC는 하교 중 비를 맞으며 힘겹게 손수레를 끌고 가는 폐지 할머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