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드러난 '조니워커' 교사의 깊이
'조니워커'씨의 모습은 1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안해 보였다. 긴장감이 역력한 표정과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도 그 안정감을 가릴 수 없었다. 나는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조니워커씨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녀는 마치 오르막에 숨은 차지만 꼭 맞는 등산복을 입고, 자신이 사랑해 마지않는 숲길을 오르는 자의 모습과 같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습니다. 우리 중에 자기가 직접 지은 이름을 가지신 분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개명하신 분은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이름이란 어쩌면 가장 대표적인 나의 정체성이고 평생 지칭되는 호칭인데 내가 살고 싶은 인생과 내가 원하는 이상향을 담고 있지 않다는 말이지요.많은 분이 고개를 끄덕였고 몇몇은 이젠 별걸 다 시킨다며 농을 던졌다. 한바탕 웃고 나서 거듭 부탁을 드렸고, 자신의 정체성을 생각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순간 변하는 선생님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처음 알게 된 별명이 조니워커라니, 30명의 별명을 한 데서 나눌 때 얼마나 화기애애해질지 벌써 기대가 된다.
삶이 힘들었던 한 학생으로 인해 스무 번이 넘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열렸다. 그 과정 속에서 담임교사였던 조니워커씨는 성취감과 배신감 사이에 놓인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왔다갔다 했다. 오로지 보람만 준 학생도 많았으나 절대적인 감정 소모의 양은 절대로 적지 않았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다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화려한 데뷔전을 마친 조니워커씨를 보고, 이제는 모두의 마음에 순수한 기대심과 경외심이 가득 찬 듯하다. 그만큼 그날 그녀는 멋졌고 단 1년 만에 대안교육 전문가 냄새가 진득하게 밴 모습을 보여줬다.다시 교육과정 설명회로 돌아가 보자. 조니워커씨는 약 40분간의 시간을 통해, 지난 1년 동안의 1학년 교육과정을 종합해서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의 1년에 대한 전망과 가치를 제시했다. 모든 양육자는 빨려들 듯 그녀에게 집중했고 무언으로 지지했다.
지금은 전체적인 구조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니 이렇게 시간을 투자하고 엄청난 고생을 하고 있지만, 이 시기를 지나 안정적인 순환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매년 이렇게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직면할 수는 없다. 새롭게 맡을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을 정도의 일정한 틀이 완성되면 좋겠다.위 자료를 보면 조니워커씨를 비롯한 1학년부 교사들의 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지금까지 얼마나 점쟁이처럼 아이들을 대했던가. 지난 학교에서 어떤 선배 교사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교사는 사기꾼이 돼야 해. 모르는 것도 아는 것처럼 얘기해야 애들을 휘어잡을 수 있어"라고
아이들은 구간마다 직접 걸으며 보고 들을 것과 익힐 것들을 구성했다. 그런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난다. 바로 9월에 있었던 과정이었다. 만경강 탐사 종착지인 군산에서 일어난 세계 최대의 생태파괴 현장을 알아버린 것이다. 동시에 '아름다운 것을 본 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수라 갯벌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처럼 우리 또한 그 아름다움에 갇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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