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등 교과서 ‘보수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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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7년 만에 전면 개정된 새 교육과정에서 정책연구진의 동의 없이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하고, 사회적 소수자의 사례 중 ‘성소수자’를 제외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초중등학교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 행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동자’라는 용어도 ‘근로자’로 바꾸고 기업의 자유를 강조했다. 초·중·고 교과서의 기반이 되는 교육과정이 전반적으로 보수 색채를 띠게 되면서 교육계에 해묵은 이념 논쟁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과정 시안이 공개됐을 때부터 거센 논란이 일었던 역사과·사회과 교육과정의 일부 기술이 행정예고안에서 대폭 수정됐다. 역사과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해설의 ‘민주주의’ 용어 중 일부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변경됐다. 자유민주주의는 그간 보수진영이 주로 사용한 용어다. 보수진영은 헌법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언급하고 있으며 ‘민주주의’라고 쓸 경우 ‘인민민주주의’를 포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진보진영은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반공주의 이념을 강조하기 위해 사용됐던 용어라는 점에서 교과서에는 더 보편적인 단어인 ‘민주주의’라고 써야 한다고 본다.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교과서에 ‘자유민주주의’라는 단어를 쓰는 나라는 독일뿐이고, 그나마도 ‘민주주의’를 주로 쓰면서 혼용하는 수준이다.

역사과 교육과정을 개발한 연구진은 이날 성명을 내고 “연구진의 전문성과 자율성 보장을 전제로 교육부 담당자와의 협의를 통해 교육과정을 개발해 온 과정을 일거에 무시한 행태”라며 행정예고안 철회를 요구했다. 연구진은 성명에서 “교육부가 행정예고본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명기하는 데 집착해 민주주의와 관련한 다양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자 한 연구진의 의도를 왜곡하고 민주주의가 내포하는 다양성과 포용적 가치를 좁히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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