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후 세 번째 '주인공 없는' 생일, 웃음·눈물 이어진 딸 친구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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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결혼했구나! 너무 축하해.' '○○아 핑크색 바지 참 잘 어울린다.' '우리 애진이 생일파티 와줘서 정말 고마워.'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의 한 문화공간에 분홍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씨의 참사 후 세 번째 생일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생일...

지난 18일 오후 6시 서울 성동구의 한 문화공간에 분홍색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씨의 참사 후 세 번째 생일을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생일파티 드레스코드는 고인이 생전 좋아했던 분홍색이었다. 김남희씨가 분홍색 옷, 가방, 모자, 운동화, 스카프, 머리핀 등을 착용하거나 분홍빛 꽃다발을 안고 온 참석자들을 환하게 맞았다.

이날은 애진의 생일파티인 동시에 신정섭씨 출판 기념 북토크 행사날이기도 했다. 정섭씨는 딸을 떠나보낸 뒤"애진에 대한 생각이나 애진과의 추억을 단 하나도 잃거나 잊고 싶지 않아" 참사 후 계속 일기를 써왔다. 그렇게"새벽에 일어나" 써낸 일기가 모여 정섭씨가 작가로 낸 첫 책이 됐다. 책의 제목 는 애진의 소꿉친구들이 정해줬다.정섭씨는 이날 애진의 생일파티 겸 자신의 북토크 행사에서"참사로 애진을 떠나보낸 뒤 1년간 써낸 일기가 모여 책이 됐다. 얼떨떨하다"며"애진을 통해, 애진이 덕분에 만난 여러분들을 모시고 '아빠와 딸의 이야기'를 함께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AD 이어"사실 처음 쓴 일기는 애진에게 하는 넋두리였다. 읽고 쓰다 보면 휴지가 한없이 많이 필요해졌다"며"최근에는 눈물을 흘리는 대신 제 모든 삶과 인연은 '애진 덕분에'로 귀결되도록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애진을 통해 만나는 인연을 세상을 잘 살아낼 것"이라며" 애진을 만나기 전까지 일기를 계속 써낼 것"이라고 부연했다. 북토크 첫 질문은 책 프롤로그에 담긴 글에서 나왔다. 애진의 동생이자 부부의 아들 재원에게 보내는 프롤로그 속 편지를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에 관한 물음이었다. 정섭씨는" 모든 제 관계는 애진이로부터 출발한다. 애진을 통해 만난 애진 엄마, 애진의 친구, 애진의 할머니 그 외 애진이 덕분에 만난 여러 인연들이 제 세상을 구성한다"며"그러한 제 세상에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재원"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뒤에서 듣던 남희씨가 아들 재원씨의 무릎을 쓰다듬었다. 아빠는 사랑에도 총량이 있는 줄 알았어. 그래서 누나가 떠났을 때 내 사랑도 모두 떠났다고만 생각했어. 누나를 잃었을 때 분명 전부를 잃었는데 너를 보니 그렇지 않았어. 내 전부가 있었어. 사랑의 총량이 없다고 생각했어. 1 더하기 1이 2가 아닌 세상, 사랑이 공기를 이루고, 햇살과 바위에도 사랑이 담긴 세상 말이야. 언젠가 네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 넷만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누나가 떠난 다음 가족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이야. 슬픔이 네게 고통만 준 것이 아니라 너를 키워주었다는 생각을 하니 네게도, 슬픔에게도 고마웠다. - 프롤로그 '재원에게' 중 정섭씨는 참사 후 '공감'을 가장 소중히 여기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광화문에서 노란 리본을 받아든 적이 있다. 그때를 돌이켜 보면 공감이 부족했다"며"대학로에는 10년 전부터 노란 리본을 나눔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계시는데, 저도 매주 토요일 마로니에 공원에 나가 리본을 나눈다. 그곳에 있는 공감 배터리로 일주일치 충전한다"고 말했다. 이어"애진이를 잃고 힘들었던 저의 곁을 여러분들이 지켜주셨다"며"책 191쪽에 '너의 의미를 빚어가는 삶이라면 네 몸은 비록 세상에 없지만 너는 기억과 의미로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엄마와 아빠는 우리가 받은 공감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문장이 나온다. 그게 바로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공감"이라고 했다.이날 애진씨 생일파티 겸 북토크에는 그의 절친들도 참석했다."애진과 대학동기"인 오현영씨는"작가님은 책 66쪽에서 '친구들의 눈망울·표정·말투를 합치면 애진이가 된다'고 '친구들 속에 애진이가 조금씩 존재한다'고 적어주셨는데 구체적으로 짚어달라"고 질문했고, 잠시나마 참석자들의 웃음을 이끌어냈다. 정섭씨는"정말 어려운 질문"이라며 좌석을 채운 애진의 친구들을 둘러봤다. 그는"우리 경진이는 애진이의 세련됨을, 시완이는 소꿉친구이기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유사한 분위기를, 다해는 전교 1등을 도맡았으니 똘똘함을, 신애는 목표를 정하면 열심히 노력하는 똑부러짐을 닮았다"며"질문한 현영이 너는 그냥 애진이"라고 답했다. 질문을 건넨 현영씨가 미소를 지은 뒤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이후 정섭씨는"친구들이 언제고 애진을 기억할 수 없다. 각자의 삶과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며"하지만 여러분에게 누구에게도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애진이가 되기를 바란다"고 울먹였다. "애진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김시완씨는"처음 애진이를 떠나보낼 때 안 믿겨져서 힘들었는데 3년이 지나니 갑자기 이상했다. 금방이라도 전화가 올 것 같은 애진이가 조금 희미해졌다"며"그래서 이 자리가 소중하다. 애진이를 기억하고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애진이에 대한 기억을 붙들고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참사 후 기록으로 애진씨 접한 이들도 이날 현장을 찾았다. 책의 추천사를 쓴 조해진 작가는"이태원 참사로 인해 너무 가슴이 아파서 그 골목에 꽃을 놓고 온 적 있는데, 신애진이라는 한 사람의 삶을 더 알아가게 되면서 참사에 대한 아픔이 깊고 커졌다"며"그렇기에 조금이라도 함께 기억하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고 울먹였다. 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공동대표인 윤복남 변호사는"저도 자녀가 있다 보니 서울 한복판에서 아이를 잃는 것이 어떻게 다가올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며"많은 사람들이 오늘 하루, 이 마음 잊지 않고 서로 따뜻하게 감싸줄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송기호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은"한 아이의 아빠로서 '애진이는 나의 선물이었다'고 말씀하신 것이 참 와닿았다"며"바위에도, 햇살에도 사랑이 있는 그런 일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사람의 선의와 악의가 이렇게나 멀리 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어요. 악의에 절망하면서도 결국 사랑과 포용, 관계를 택한 작가님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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