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공간에 스민다] 미완의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기억공간은 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즈음 참사 현장에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이라는 이름의 기억공간이 만들어졌다.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참사를 둘러싼 정쟁과 갈등, 정치와 애도 사이에서 한밤중에 있지도 않은 길을 새로 만드는 과정처럼 아슬아슬하고 조심스러운 시간을 거쳐야 했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 예술감독으로 참여하면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이 길이 미완일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짚어보고자 한다.모든 참사가 그렇듯 이태원 참사도 몇 개의 문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는 참사 현장이기도 한 기억공간에 어떤 기록을 남길 것인가의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결된다. 우리는 지금까지도 이태원 참사의 부상자가 몇 명인지 모른다. 경찰은 196명, 검찰은 294명, 행정안전부는 320명으로 공식 집계하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참사 대응과 기록이 얼마나 혼란스럽고 제각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팽목항에서 만난 다른 유가족에게 큰 위로를 받았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유가족에게 힘이 되는 사람은 같은 유가족일 것이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서로를 알 수 없었다. 유가족 스스로 다른 유가족을 수소문해서 만나야 했다. 지금까지도 이태원 참사는 누가 희생자인지, 누가 1차 피해자인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이름들이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희생자를 온전히 애도하고 피해자에게 작은 위안이라도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기억공간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를 완성하지 못한 이유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진입부에"우리에겐 아직 기억해야 할 이름들이 남아있습니다"라는 문구를 새긴 이유다.미술가로서 미완성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참사 이후 '10.
이러한 한계들은 이태원 참사 1주기 즈음까지도 해결될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 서울시와 용산구 등 관계 기관은 기억공간을 조성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행정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현장을 기억과 애도의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할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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