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윤동욱 | 젠더팀장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지난 14일 국회 인사청문회 머리발언을 듣다가 ‘조금 다른 이유’로 슬퍼졌다. 강 후보자는 이날 “지킬 수 있었던 귀한 생명들을 ‘돌봄 공백’으로 떠나보내지 않고 제대로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지난달 17일 차별금지법 제정을 국정과제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는 시민 1만여명의 서명을 모아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제공강 후보자는 이날 “지킬 수 있었던 귀한 생명들을 ‘돌봄 공백’으로 떠나보내지 않고 제대로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봄의 공백에 남겨진 이들로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을 들며 여가부 장관의 소임을 다짐했다.
이 말을 들으며 ‘돌봄 공백’에 놓여 있지만 ‘돌봄 공백’에 놓여 있다고 호명조차 되지 않는, 정말로 공백에 놓인 이들이 생각나 울컥했다. 성소수자, 특히 청소년이 얼마나 차별과 혐오에 시달리는지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가출 청소년 가운데 30% 이상이 성소수자라는 국외 통계들이 있고, 성소수자 청소년들의 자살 비율도 높다. 한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테지만, 국가적 통계조차 없다.2022년 청년 활동가 단체인 ‘다움’이 국내 청년 성소수자 39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들 가운데 41.5%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고, 8.2%가 최근 1년간 이를 시도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9월10일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성소수자 단체들은 자살 통계에 ‘성소수자’ 항목이 들어가지도 않는 현실을 지적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날 기자회견은 눈물바다가 되었다. 이처럼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이 된 뒤에도 성소수자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과 제도로 인정받지 못하는 아픔을 겪으며 살아간다. 한 성소수자 활동가는 “모든 성소수자는 생존자”라고 표현했다. 공기와 같은 차별과 혐오를 이기고 살아남은 사람이란 뜻이다. 강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사전 답변서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민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여당의 입장을 반복하면서도 “갈등 요소가 많은 사항”이라는 퇴행적 이유도 덧붙였다. ‘차별금지법 공백’은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이어졌다. 여야를 막론하고 청문위원인 국회의원 누구도 이날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후보자의 입장을 묻지 않았다. 갑질 의혹 등에 밀려 정책 검증이 뒤로 밀렸다 해도 여당도 야당도 각각의 입장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을 추진하고 싶어 하지 않은 결과였다. 보수 야당은 아예 차별금지법을 대놓고 반대하고, 여당은 “사회적 합의”를 핑계로 회피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나중에’로 대표된 미루기는 끝이 없다.지난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영원히 못 할 것 같다”고 일갈했다. 이 발언은 2007년 제정 움직임이 시작된 이래로 좌절만 거듭해온 차별금지법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상징적인 말이 되었다. 차별금지법은 탄핵 광장에서 주요한 사회개혁 과제로 꼽혔지만,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 “이런 건 국회가 하는 게 좋다”고 역시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12·3 내란사태 뒤로 드러난 극우화 현상은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을 해온 이들에게는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 이들의 태생과 성장을 지켜봐와서다. 한국의 극우는 반동성애를 내세운, 차별금지법 반대를 기반으로 태어나고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이들은 반동성애를 내세워 조직을 키우고 자금을 모았다. 여기에 친미와 반공의 논리가 더해졌다. 이들과 맞서지 않으면 한국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듯, 이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지 않고는 한국의 민주주의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힘들다. 차별금지법은 모두를 위한 법이 되었다. 또한 차별금지법 제정은 국가가 차별받는 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손을 잡아주고 위로하며 ‘돌봄 공백’을 메우는 최소한의 조처다. 돌봄은 복지 혜택만이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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