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제 나이 아시죠? 55세'…TV에선 안 부른 그 노래도 열창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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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1950년)에 태어난 '가왕' 조용필은 올해 일흔셋입니다.\r가왕 가수 조용필 55주년 콘서트

“제 나이가 올해 몇인 줄 아시죠? 오십다섯입니다. 아직 괜찮습니다.” ‘오빠’ ‘형님’ 피켓을 든 3만5000 관객 사이에서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 태어난 ‘가왕’ 조용필은 올해 일흔셋이다. 1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단독 콘서트 ‘2023 조용필 & 위대한탄생 콘서트’는 55년 가수 인생을 기리는 행사였다.

“저는 별로 멘트가 없습니다. 다 아시니까 그냥 즐기세요. 저는 노래할게요.” 수십 년을 함께한 팬들과 소통하는 데 굳이 말은 필요 없었다. 노래만으로 진한 교감을 나눴다. 2시간이 넘는 공연 동안 딱 세 차례 발언했다. 그마저도 2~3분 남짓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을 앵콜곡 등 25곡의 명곡으로 꽉 채웠다. 밴드 ‘위대한 탄생’이 전주를 시작할 때마다 객석 분위기가 시시각각 바뀌었다. 지난해 콘서트에서 미처 부르지 못했던 ‘창밖의 여자’ ‘친구여’에선 잠실벌에 떼창이 울려 퍼졌다. ‘비련’의 첫 소절 ‘기도하는~’에 이어선 예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여러분의 소리가 나오는 노래”라고 했다.평소 공연에서 잘 부르지 않던 초기 히트곡도 모처럼 선보였다. “하도 안 하니까 항의가 들어오더라”라며 부른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1975년 발표해 오늘의 조용필이 있게 한 곡. 1980년 1집 수록곡 ‘잊혀진 사랑’을 부르기 전, 조용필은 “이 노래는 사실 여러분 곡이다. 저는 TV에서 한 번도 이 노래를 불러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날 공연은 조용필이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고인 물’이 아니라 여전히 ‘흐르는 물’임을 증명한 무대였다. 지난해 발표한 ‘세렝게티처럼’을 부를 땐 무대 위 대형 전광판에 광활한 초원과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이 펼쳐졌다. ‘태양의 눈’ ‘고추잠자리’의 무대 연출은 뮤지컬 같았다. 공연 전 배포한 응원봉이 아이돌 콘서트처럼 일사불란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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