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사라지는 점빵, '식품 사막화' 심각...농어촌 주민들에겐 개발사업보다 이동슈퍼 필요
지금부터 당신이 사는 곳 반경 15㎞ 이내에 편의점과 마트를 다 없애겠습니다. 거기에 더해 당신은 운전을 할 수 없습니다. 당연히 자동차도 없애 드리겠습니다. 하나 더, 당신은 자유로운 보행이 힘든 80대 노인의 체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농촌에서 25년을 살아 본 결과 삶의 질 향상은 선형 개량으로 곧게 뻗은 도로와 번듯하게 지어진 행정복지센터나 공공건물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확신한다. 전라북도 진안군도 거의 모든 읍면에 몇백억 원을 들여 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물로 면 소재지마다 웅장한 센터 건물이 들어섰다. 그렇다 한들 소재지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에 사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아마 그 건물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도 못했거나 있는 줄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농촌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도로를 넓히고 건물을 짓고 관광 개발사업을 하는 걸 말리려는 게 아니다. 다만 건축과 건설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문화와 복지, 소비에서조차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절실한 것이 무엇인지 정치와 행정은 살펴야 한다.
막스 베버는 관료제가 만들어 내는 병폐를 설명하면서 관료조직은 조직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움직이며, 그에 속한 관료들은 자기가 속한 조직과 조직에 속한 자기의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고 했다. 몇 명 되지도 않는 마을의 어린이와 청소년, 청년들을 위해 그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마을에 찾아와 아직 남아있는 젊은이들과 함께 과자부스러기라도 놓고 얘기는 한 번 나눠봤을까? 지금 당신들에게 제일 필요한 게 무어냐고 물어는 봤을까? 노인들에게 저 건물들이 들어서고 거기서 이러저러한 프로그램을 할 건데 참여할 거냐고 물어는 봤을까? 면 소재지, 중심지에 동아리방과 스크린골프연습장이 필요한지 지역의 청소년을 위한 쉼터와 젊은이와 귀농을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공공주택이 필요한지 물어는 봤을까?우리나라 농촌 마을들이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식품 사막화 현상'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2023년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농가 인구의 36.7%가 70세 이상이며, 60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비율이 68%에 달한다. 이는 농촌 마을의 인구 절반 이상이 고령층인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주민의 요구를 듣고 문제의식을 느낀 마을 공동체나 지역 농협 몇 곳이 이동형 점포를 운영하면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실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다행히 얼마 전 충남도의회가 '농어촌 쇼핑 약자를 위한 이동형 슈퍼마켓 정책 연구모임'을 열어 식품 사막화 문제에 대해 제도적 고민을 시작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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