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운전하는 레즈비언 노동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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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성소수자 노동자 ③] 버스 운전석에 앉는 성소수자 이야기

지금까지 한번도 버스를 타 본 적이 없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서 버스는 익숙한 존재이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경우에도, 밤늦게까지 야근한 경우에도 버스는 달리고 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버스는 달리고 있다. 많은 노동자가 출근하지 않는 명절이라고 다르지 않다. 명절에도 버스는 달리고 있다. 그러고보면 신기하다. 어쩜 버스는 한결같이 도로를 달리고 있을까? 마침 버스 운전을 하는 레즈비언 노동자가 있다는 소식에 우리는 냉큼 인터뷰를 제안했다.그랑씨는 격일제 근무를 한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하루 일하고 하루 쉬는 것이다. 버스 운전사의 하루는 굉장히 일찍 시작한다. 출근하는 날에는 첫 차를 기준으로 출근한다. 그게 대략 새벽 3시이다. 출근하자마자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새벽 3시에 밥을 먹는다니, 속이 부대끼지 않을까 걱정된다. 하지만, 그때 먹지 않으면 점심까지 밥을 먹을 수 없으므로 일단 먹는다.

그리고 버스 운행을 시작한다. 그러다보면 점심시간이 다가온다. 우리와 점심 시간이 다르다. 오전 9시에 점심을 먹고, 오후 3시에 저녁을 먹는 식이다. 그리고 밤 11시까지 버스를 운전한다. 어마어마한 노동 시간이다. 누군가는 앉아서 하는 노동이니, 그나마 괜찮지 않냐고 질문할지 모른다. 버스는 잠깐이라도 졸아도 안되고, 다리에 쥐가 나도 쉴 수 없다.다양한 사람이 버스를 이용한다. 대체로 좋은 승객이 많다. 방금 시장에서 샀다며, 떡이나 과일을 건네주는 따뜻한 승객도 있다. 어린이 승객이 탈 때면 혹시나 넘어지지 않을까 짐짓 신경이 집중되지만, 버스에서 내리면서 귀여운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슬며시 웃음도 난다. 그러나 모든 승객이 좋은 것은 아니다.하루는 술에 취한 것같은 승객이 그랑씨가 운행하는 버스를 타며 "에이~ 여자가 재수 없게"라고 말했다. 그랑씨가 무슨 말씀이시냐고 바로 따졌다.

그동안 많은 성소수자 노동자가 일터에서 접하는 남자친구나 결혼에 대한 질문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물론, 동의한다. 그런데 어떤 부분에선 중년 남성에게 이런 질문은 친밀함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중년 남성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짧은 휴식 시간 동안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서로에게 접점이 없으니 본인이 생각하기에 무난한 주제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랑씨도 나쁘지 않은 마음으로 물어보는 동료에게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지 고민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딸같다는 이미지는 다른 의미에서 어려보인다는 의미이다. 일터에서 어려 보인다는 의미는 그다지 좋지 않다. 모두 청년 시절을 거치지만, 고객에게는 어린 티가 덜 나야 한다. 그랑씨도 나이가 어려보이면 무시받기 쉬우니 머리 스타일을 바꾸는게 좋을 것같다는 애정 어린 조언을 들었다. 그래서 버스 운전사를 시작하며 성숙해보이는 헤어 스타일로 바꿨다. 나의 나이가 노동에 영향을 미치는게 어째서 낯설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 시간에 볼 일이 모두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랑씨도 배탈이 났던 순간에 지사제 4알을 먹고 버스를 운전했던 적이 있다. 그랑씨처럼 많은 노동자가 일터에서 속시끄러운 순간을 마주한다. 모두가 화장실을 가지만, 애석하게도 노동자의 속사정은 각자 알아서 해야 할 문제로 작아진다.그랑씨의 회사는 사무직원들이 있는 본사와 버스 운전사들이 있는 종점 사무실로 구분된다. 본사에는 여성과 남성 화장실이 각각 존재한다. 하지만, 버스 운전사인 그랑씨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종점 사무실에는 공용 화장실만 존재한다. 그랑씨는 넓은 의미에서 성중립 화장실이라고 생각한다고 웃었다. 일터에서 상대적으로 비율이 낮은 성별의 노동자는 화장실조차 구비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집에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은 당연하다. 일터는 노동자에게 또 다른 집이다. 일터에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는 화장실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도 당연해져야 한다.

바빠서, 화장실이 없거나/멀어서, 사람에 비해 화장실이 부족해서 등 일터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볼 일을 후딱 보거나, 아예 참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이 당연한 것일까? 노동을 시작하고 방광염과 지사제의 존재를 알게 되는 현실은 씁쓸하다. 이에 더불어, 그랑씨는 진정한 의미의 성중립 화장실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이야기했다. 구색 맞추기를 위한 공용 화장실과 우리가 원하는 모두의 화장실은 간극이 있다. 우리는 이 간극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우리는 어떤 현장에서, 무슨 노동을 하든 마음 편하게 화장실에 갈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겐 편안하고 쾌적한 화장실이 필요하다.새벽에 버스를 타 본 사람은 알 것이다. 예상과 다르게 승객이 많다. 버스가 없었다면, 움직이기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랑씨는 첫 차를 운행하는 순간마다 버스를 바삐 오르는 승객들을 바라보며, 자신이 누군가의 노동에 도움이 된다는 자부심이 든다고 말했다. 다른 시간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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