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의 멤버 디에잇은 한국 팝 아이돌이면서도 명상과 다도를 즐기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다. 그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예술을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며, 세상을 보는 독특한 시각을 통해 아름다움을 표현한다. 이는 그가 편견을 넘어서 다양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멋’이란 무엇인가, ‘ 아름다움 ’이란 무엇인가. 그것에 탐구하고, 매진하고, 근접해 있는 누군가의 태도와 취향엔 언제나 속절없이 끌리고 만다. 더구나 그것이 의외성과 모순을 지니고 있다면 더더욱. 도파민과 함성과 노이즈의 한가운데 놓인 케이팝 아이돌의 자리에 있으면서, 고요히 다도와 명상을 즐기는 사색가를 만났다. 세븐틴 디에잇 의 이야기다.세계 각국 미술관과 갤러리를 찾는 탐험가, 디에잇 의 SNS 게시글은 온통 아름다운 것으로 가득하다.
작품과 공간 사진이 있는 한편 길거리의 돌멩이나 전신주가 어지럽게 얽힌 하늘도 있었다. 예술을 좋아하는구나, 작품을 수집하겠구나, 그리고 사소한 것에서도 아름다운 것을 찾아내고야 마는 탐미주의자겠다는 것까지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위한 자료 조사를 하다 눈에 띄는 문구가 보였다. “멋있게 보이는 법을 잘 알고 자신을 발전시키는 데 온 인생을 다 쓰는 사람.” 같은 팀 동료인 세븐틴 디노가 그에 대해 쓴 말이었다. 거기다 명상과 다도가 취미라. 화려한 케이팝 아이돌을 무수히 만나와 느슨해진 마음에 간만에 기분 좋은 긴장이 느껴졌다. 촬영 당일, 스튜디오로 저벅저벅 들어온 디에잇은 케이팝의 전형적인 아름다움에서 벗어난 낯선 인상이었다. 날이 선 듯, 투박한 듯, 묘한 인상을 지닌 그는 화보 촬영을 마치고 청바지에 소매 없는 윗옷, 헐렁한 재킷을 걸친 채, 메이크업이 지워진 얼굴로 말했다. “저는 모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해요.” 중국인인 디에잇의 말엔 중국어 억양이 뚜렷하게 묻어났다. 모든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선 가만히 귀를 기울여야 했지만, 그의 말엔 묘한 설득력이 있었다. 디에잇은 정교한 어휘와 확신에 찬 말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순수 예술을 모른다 해도, 삶에서 매일매일 사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찾는 건 예술을 사랑하는 또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저희 아빠는 노래를 잘 부르고, 나무로 가구를 만드시죠. 어머니는 피아노를 잘 치고, 서예도 좋아해요. 부모님은 그들 스스로가 예술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그 마음은 예술에 대한 사랑 그 자체죠.”아름다움을 좇는 이들이 가장 범하기 쉬운 실수는 순수 예술만을 예술로 인정하는 오만일 것이다. 디에잇은 이런 편견부터 접고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모네가 노년기에 시력이 나빠진 상태에서 그린 수련 그림을, 이우환의 덩그러니 놓인 돌멩이를, 차창 밖 전신주의 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고백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춤이 뭔지 아세요? 차를 타거나 기차를 탈 때 창밖의 하늘을 보면 항상 전선이 있잖아요. 그걸 달리는 차 안에서 보면 선들이 오선지처럼 보이고, 거기에 앉았다 날아가는 새들이 음표처럼 보여요. 하나의 춤이죠. 저는 그걸 보면서 행복을 느껴요.” 그걸 설명하는 디에잇의 얼굴엔 어린 아이와도 같이 천진하고 순수한 기쁨이 떠올랐다. 그는 이어 휴대전화 갤러리를 열어 자신이 찍은 길거리의 돌 사진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평범해 보이는 돌속에서 자신이 찾은 아름다움을 설명했다. “모든 것이 단순하게 보면 의미 없지만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면 느끼는 게 있어요.” 내가 아름다운 것을 만드는 작가들에게 묻곤 하는 질문을, 아름다움을 좇는 이 구도자에게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떤 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디에잇은 주저 없이 답했다. “어떤 것이든 극적으로 가면 모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아주 슬픈 것도, 아주 기쁜 것도, 아주 먼 것도, 아주 큰 것도, 아주 작은 것도, 아주 가까운 것도. 적당히 예쁜 것 말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든 적당한 게 도리인, ‘육각형’이 미덕인 사회에 파열음을 내는 모난 것, 날렵한 것, 극적인 것, 무엇이든 그 극단까지 향한 것을 보면 우리는 경이를 느끼므로. 내가 보기엔 디에잇도 유명세와 환호와 시기와 박수갈채 속에서 고요히 다도를 즐길 줄 아는, 그 ‘모난 것’ 중 하나였다. 가장 궁금했던 것, 케이팝 아이돌이 가질 법한 취미 중 가장 낯선 취미인 명상과 다도에 대해 물었다. “마음이 힘든 시기가 있었어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전할까 걱정이 됐죠. 이걸 어떻게 해결할까 하다가 명상을 시작했어요. 누군가는 술에, 친구에, 심리상담에게 의지하겠지만 전 명상이라는 방법을 찾은 거죠. 명상 선생님은 다만 맞는 길을 알려줄 뿐, 제가 혼자서 명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왔어요. 늘 이렇게 말하셨죠. ‘너는 다 이미 알고 있어.’ 다도는 사실 정말 귀찮은 과정인데 나와의 대화를 하며 수련해 나가면 분명 보이는 게 있어요. 다도 문화를 접하면서 다도를 하는 분들을 만나게 됐는데, 그들과는 나이와 직업을 떠나 경계 없이 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돼요.”그건 아주 재미있는 얘기였다. 다도를 하는 사람들의 특징을 물었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어 하거나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이죠. 대우와 존중과 예의를 아는 사람들이고요. 80대 할머님부터 다양한 분들을 만났는데 나중엔 제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게 되셨지만 처음엔 다들 모르세요. 다도를 하는 분들은 연예인에는 관심이 없거든요. 인간 대 인간으로 소통할 수 있어 좋아요. 그리고 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랑만 차를 마십니다.” 팔순 할머니와 다구를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차를 우려 마시는 스물여섯 살의 케이팝 아이돌이라니,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으면서도 너무나 그다워 그만 웃고 말았다. 그 아이러니를 짚자 디에잇은 그저 초연히 말했다. “저는 제가 아이돌이 아니었대도 명상과 다도를 좋아했을걸요.”모난 돌이 정 맞는 이 사회에서 이 별다른 모난 돌, 디에잇에게 사람들이 가지는 편견도 있을까. “모르겠어요. 상관없고요.” 이 대답도 마음에 쏙 들었다. 디에잇이 생각하는 디에잇은 어떤 사람인가? 그러자 그는 또다시 흥미로운 답변을 내놨다. “요새 제가 생각하는 방식이 하나 있어요. ‘남이 보는 내가 아니라, 내가 보는 남이 곧 나다’라는 것. 이를테면 제가 어떤 사람에 대해 ‘왜 저렇게 질투심이 많지?’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곧 제가 그런 속성을 가지고 있는 거예요. ‘저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멋있지?’라고 생각한다면 제가 이미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그게 멋있는지 아는 거예요. 그래서 전 요즘에 이걸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하고 있어요. 그런 걸 통해 느낀 저 자신은, 질투심이 좀 많은, 다소 예민한 사람입니다.” 뜨끔 찔리는 대목이었다. 디에잇의 방법은 자기 자신을 ‘메타 인지’하는 정직한 욕망의 리트머스지였다. ‘저 사람 왜 이렇게 나서지? 반면교사해야겠다’라고 마음을 먹을 때 이미 나는 나서고 있는 사람임을, ‘이 사람 너무 질투가 많은데?’라고 느낄 때의 나의 맹렬한 시기심을, ‘저 사람의 저런 태도나 감각이 좋다’고 느낄 때 그 미덕을 알아본 나의 안목을, 나는 비로소 알게 된다. 우리는 끝없이 내면에서 일어나는 소요를 세계에게로 쏟아내고, 타인에게 투사하고 있으니 타인에게서 발견한 모습은 곧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스물여섯 살의 그가 아름다움뿐 아니라 지혜에 있어서도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디에잇에게 작은 지혜를 구했다. 그는 “나의 생각으로 남을 판단하지 말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스스로의 경험을 통해 자기 자신을 찾을 것” 두 가지를 제안했다. 또한 자기다운 사람들에겐 반드시 배울 점이 있노라고 덧붙였다. 이것이 그의 멋이로구나. 그토록 자기자신다운 디에잇의 본명을 호명하는 게 이 이야기의 좋은 끝일 것이다. “중국어로 쉬밍하오, 한국어로 서명호. 밝을 명에 넓을 호, 제 어머니가 지어주셨는데 아주 마음에 들어요. 멤버들도, 팬들도, 다 명호라 부르죠. 순수예술 장르의 그림을 그리거나 춤을 출 땐 명호라는 이름을 써요.” 서명호와의 대화는 멋이라는 것에 편협해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대화였다. 나는 그의 ‘멋짐’을 잔뜩 질투하며 부풀어 오른 복어 같은 상태로 퇴근했고, 그날 밤엔 그가 추천한 레시피대로 따듯한 보이차를 우려 마셨다. 그리고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기로 했다.이예지 <코스모폴리탄> 피처 디렉터에게는 세상 모든 사람을 질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나 부러운 점을 찾아내고야 마는 것이 그의 오랜 습관이지요. 이예지 디렉터가 <GQ>, <아레나>, <씨네21> 등 4개 매체를 거치며 지금껏 만난 사람들의 면면 중에 가장 열렬히 질투했던 구석을 파고든 이야기로 찾아옵니다. ‘질투는 나의 힘'은 격주 수요일 낮 12시에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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