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은 내게 눈가리개 씌웠다, 北탈출 요원에 새긴 주홍글씨 [남북 스파이전쟁 탐구 3-⑤]

①북한·중국 사이의 수출입 물동량과 종류를 알 수 있는 단둥세관 정보(96년) ②북·중을 오가는 수출입 화물차 기사의 포섭(98년) ③북‧중 국경 요충지를 담은 지도의 검증 및 확인(97년). 95년 중국 옌볜에서 단기 어학연수부터 알게 된 중국 동포 홍영춘(95년 당시 40세), 정구왕의 납치에 가담한 장세영(27세), 북한 신의주 출신의 중국 국적 여성 리계향(25세)이 그런 경우였다. 북‧중 국경 지역의 상세 지도를 확인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홍영춘은 인편으로 전달받은 정구왕의 편지를 찢어버리며 성질을 부렸다.

」「 5화. 주홍글씨 새겨진 회색인 국군기무사령부 수사관이 명령조로 말했다. 국가안전기획부로부터 신병을 인계받은 기무사는 정구왕 국군정보사 중령에게 검은 눈가리개를 씌웠다. 1998년 12월 3일 대공분실로 가는 차량 안이었다.

10월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에서 정구왕 전 정보사 중령이 전시실을 둘러 본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전쟁기념관은 지난 6월부터 1950~53년 6‧25 전쟁 당시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와 관련한 특별 전시행사를 열고 있다. 정구왕이 중국에서 활동하던 90년대 후반 현지 브로커의 도움으로 북한 함경북도 탄광 노동자로 살던 국군포로가 귀순한 사례도 있다. 전시회 내용은 기사와 직접 관계없음. 장진영 기자 정구왕은 또 다른 시련과 고난을 직감했다. 기구한 인생으로 전락한 이유가 무엇인가. 공작원, 즉 스파이가 되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운명의 장난이었다. 중국에서 펼쳤던 비밀 작전들이 주마등 같이 그의 머릿속을 스쳤다.

당시 단둥을 비롯해 선양과 옌볜, 베이징 등지에서 남북한을 비롯한 각국 공작원들은 총성 없는 스파이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정보사는 중국 주요 거점에 블랙 요원을 심었다. 블랙 요원은 장기간 잠복해 있으면서 휴민트를 포섭해 대북 정보와 첩보를 채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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