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이 암전되자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록 음악에 빨려들었다. 관객들이 객석 194석을 전부 채웠다...
대학로 문화 게시판에 붙은 다양한 연극 포스터들. 조태형 기자극장이 암전되자 급류처럼 휘몰아치는 록 음악에 빨려들었다. 관객들이 객석 194석을 전부 채웠다. 음악 박자에 맞춰 짝짝 박수를 치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기자는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뮤지컬 을 관람했다. ‘아침 이슬’ ‘상록수’로 유명한 가수 김민기가 극단 학전을 창단하고 독일 원작을 한국 현실에 맞춰 재창작한 대표작이다. 현재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설경구·김윤석·황정민·장현성·조승우도 젊은 시절 출연해 ‘학전 독수리 오형제’로 불렸다.
이후 대학로에 외부 자본이 유입되고 땅값이 치솟으면서 대학로를 활성화한 소극장들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일어났다. 2001년 종로구가 혜화동사무소에서 창경궁로까지 대명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자 상업시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김미영 부산연구원 연구위원과 고진수 광운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2020년 논문 ‘대학로 젠트리피케이션의 전개와 특성’에서 “차 없는 거리 조성은 대학로 일대 상업화의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며 “대학로의 핵심 지역인 동숭동조차 노래방, 비디오방, 카페 등으로 채워지고 소극장을 비롯한 문화시설은 주변으로 이탈해 문화예술 공간으로서 대학로의 정체성은 점차 퇴색됐다”고 적었다.
극단이 높은 대관료를 감당하느라 제작비를 낮추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지적도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극단의 열악한 사정은 배우와 스태프에 대한 ‘열정페이’ 압박으로 이어지기 쉽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1년 기준 연극 분야의 계약금액은 평균 518만원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공연예술 분야에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했지만, 연극 분야에서 실제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는 비율은 약 75%로 나타났다. 약 7.8%는 부당한 계약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공연시장은 올해 사상 최고의 호황기를 맞았다. 공연예술통합전산망을 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공연시장의 티켓 판매액은 8295억원에 달한다. 연말 매출까지 합하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지난해를 무난히 넘어 매출 1조원을 처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공연시장을 이끄는 주역은 뮤지컬이다. 전체 시장의 절반에 이르는 매출을 차지한다. 등 매출 상위 20개 공연은 모두 1000석 이상의 대극장 뮤지컬이다.
2015년 정재진 대학로극장 대표와 연극인들이 상여를 메고 서울 대학로를 행진하며 서울시에 연극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1987년 개관한 대학로극장은 2015년 28년 만에 폐관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도준태 문화예술데이터연구소 대표는 “데이터에 약간 오차가 있겠지만 실제 폐업 신고만 안 했을 뿐이지 공연이 없는 공연장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공연시장이 굉장히 호황이라지만 대학로 공연장의 절반은 전혀 호황기를 못 누리고 있어요. 대학로 공연 수가 분명 늘어났지만 막상 공연을 유치했다는 극장은 전체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거예요. 일부 공연장에만 관객이 몰리고 다수 소극장은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고 봅니다.”많은 소극장과 예술인이 정부 차원에서 대학로의 창작 환경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한다. 시장 경쟁력을 잃은 예술은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반론도 있지만, 시장논리만 적용하면 대중에게 인기가 많지 않은 어린이극, 무언극, 실험극 등 소수 장르를 선보이는 극단과 소극장부터 사라진다. 일부러 보호하고 육성하지 않으면 한국 공연예술이 다양성을 잃고 상업적으로 획일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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