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비대위원장 제안에 “김건희 때는 뭐 했나” 지적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느닷없이 20일 오전 10시 긴급 기자회견을 중앙당사에서 열었다. 직전에야 일정이 공지돼 무성한 추측을 불러왔다. 같은 시간 당사에서는 대한의사협회와의 정책협약도 예정돼 있었다. 그만큼 중대사안으로 관심을 모았다. 김 비대위원장 입에서는 뜻밖에 “대통령 후보 배우자 TV 생중계 토론회 제안”이 나왔다. 그는 “영부인은 단지 대통령의 배우자가 아니라 대통령 곁에서 국민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 있는 공인”이라며 제안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현장의 기자들에게도 전혀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미혼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는 어떻게 하느냐’ ‘지난 대선 때도 김건희 논란이 있었지만, 검증 절차가 없었다’ 등의 반론성 질문이 나왔으나 김 비대위원장은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투표를 2주가량 앞둔 긴박한 시기에 당대표 격인 비대위원장이 긴급으로 발표한 것이 ‘배우자 TV 토론회’라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내용이 알려지자 정치권과 SNS 등에도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뤘다.대통령 배우자의 법적 지위나 역할 보장 등은 정치권에서 여러 번 거론된 바 있다. 법률을 제정하자는 논의도 무성했다. 그러나 전임 윤석열 대통령은 아예 부속실을 없애고 영부인 존재를 부정하면서 논의를 닫았다. 결과는 정반대로 김건희씨 국정개입 논란이었다. 12.3 비상계엄 배경에도 명태균 게이트를 비롯한 김건희 의혹이 있다는 주장이 상당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후보 배우자 토론회’를 불쑥 제안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가 2021년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법인카드로 지인 식사대접을 한 혐의로 2심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은 이를 공격하며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자기당 김문수 후보의 설난영 여사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최근 보수언론은 두 배우자를 대비시키거나 설 여사의 법인카드 관련 발언을 키우며 김 여사를 비판하는 보도를 여럿 내기도 했다. 그러나 김 여사에 대한 사법처리는 표적수사, 먼지털이식 수사, 불공평 기소라는 비판도 많다. 보수인사인 정규재 씨 등도 검찰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의 ‘법인카드 공격’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김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를 소환한 면이 더 크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온갖 의혹과 함께 녹취 공개 등이 있었으나 이를 덮고 비호한 것은 국민의힘이었다. 임기 3년 내내도 마찬가지였다. 김건희 의혹을 특검으로 밝히라는 야당과 국민의 요구를 거부권으로 번번이 무산시키다 당정 관계도 멀어졌다. 용산에 별도 인맥을 구축하는 등 법에 없는 권력을 행사한 김건희 씨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눈엣가시로 여긴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국민의힘이 “영부인”을 말하는 순간, 국민들은 얼마 전까지 권력을 휘두르던 ‘김건희’를 다시 떠올리게 마련이다. 시점도 의문이다. 주말인 17일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다. 어찌 됐든 윤석열 김건희 부부와 국민의힘의 관계가 정리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한동훈 전 대표가 선거운동에 나서고, 하와이에 머무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에게도 지지를 설득하는 중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겨냥한 단일화 공세도 약간의 동력이 형성됐다. 그런데 느닷없이 후보 배우자 토론회를 들고나와 초점을 흐리면서 이슈를 다시 김건희로 돌려놓은 것이다. 이날 광주를 방문 중인 이준석 후보는 기자들이 김용태 비대위원장의 제안에 대해 묻자 “이런 아무 말 대잔치를 하면서 선거를 이기겠다는 생각인지, 스스로 작전이 안 나오면 컨설턴트를 쓰든지 했으면 좋겠다”면서 “김용태 위원장 내 앞에 있었으면 엄청 혼났을 것”이라고 일축했다.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설 제안이었는지에 의문부호가 찍히면서 내부의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부른다. 한덕수로의 후보교체 파동을 겪고 간신히 시작된 선거운동 내내 ‘당 따로 후보 따로’라는 지적이 많다. 김 비대위원장에게도 ‘후보 측과 논의가 된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비상대책위원장이 던진 회심의 카드는 역으로 김문수 후보가 지지율을 높일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을 노출했다. 18일 저녁에 열린 첫 후보자 TV토론에서도 김 후보가 제일 부진했다는 평가가 많다. 선거운동이 이재명 후보를 비난하는 것 외에 정책이나 강점을 내세우지 못하고, 강성우파 지지층만 결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비등하다. 여기에 이번 제안은 이준석 후보의 반응과 같이 김문수 후보와 당을 희화화하는 역풍을 부를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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