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 가을인데 가을은 오지도 않고 사라졌나 싶습니다. 봄인가 싶더니 바로 여름이 찾아오고 사계절이란 이름이 무색합니다. 찬바람에 살짝 옷깃을 여밀 만한 때인데 아직도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절이란 이름을 앗아간 건 아닐까 싶은데 희한하게도 제가 일하는 교정의 나뭇잎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집니다. ...
시기상 가을인데 가을은 오지도 않고 사라졌나 싶습니다. 봄인가 싶더니 바로 여름이 찾아오고 사계절이란 이름이 무색합니다. 찬바람에 살짝 옷깃을 여밀 만한 때인데 아직도 35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계절이란 이름을 앗아간 건 아닐까 싶은데 희한하게도 제가 일하는 교정의 나뭇잎이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집니다. 어떤 나무는 이미 때 이른 겨울을 준비하는지 옷을 많이 벗었습니다. 아마 오랫동안 축적된 몸의 느낌대로 나무는 자신의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통과의례 같은 울긋불긋한 색조 화장 한 번 하지 못하고 푸른 잎은 떨어져 누렇게 말라갑니다. 추석을 앞두고 장광에 붉은 감잎 떨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놀란 눈으로"오매! 단풍 들것네" 노래한 영랑 시인의 노래는 오래된 계절의 추억이 될지 모릅니다.
가을이면서도 가을이 아닌 계절에 에어컨 바람 앞에서 권태주 시인의 을 다시 읽습니다. 책 표지에 걸려있는 흑백으로 혼자 걸어가는 뒷모습과 '혼자 가는 먼 길'을 한참 동안 생각하고 바라봅니다. 등 뒤로 묻어나는 약간의 쓸쓸함과 묵묵하게 걸어가는 당당함을 봅니다. 엄마 배에서 나와 어느 정도 나이를 먹으면 우리는 혼자서 세상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먼 길을 걷는 동안 우리는 숱한 고개를 넘고 내를 건넙니다. 그러다 꽃을 만나기도 하고 푸른 초원을 걷기도 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그러면서 몸의 고향인 어머니, 정신적 고향인 태어나고 자란 곳을 기억하고 그리워합니다. 세상의 부조리와 주변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을 노래하기도 한 권태주 시인. 그 시인의 시의 뿌리는 고향의 바다와 어머니입니다. 첫 시집 부터 이번 다섯 번째 시집 까지 시심의 중심엔 고향 섬마을이 있고 어머니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앞마당 하얀 민들레는 세월 따라 피고 지며충남 태안 안면도의 한 섬마을에 나고 자란 시인에게 고향은 고향을 떠나온 세월만큼이나 간절함입니다. 그리고 아쉬움입니다. 그리움의 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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