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투자는 새로운 투자 방식이다. 전통적인 투자는 수익만을 좇지만, 임팩트투자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아직 압축된 정의는 없다. 나라와 정부, 지역과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인다. 미세한 차이를 걷어내고 핵심을 추리면 '가치(value)와 수익(profit)을 동시에 ...
전통적인 투자는 수익만을 좇지만, 임팩트투자는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구별된다. 아직 압축된 정의는 없다. 나라와 정부, 지역과 기관에 따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인다. 미세한 차이를 걷어내고 핵심을 추리면 '가치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치 영역은 크게 두 덩어리로 나뉜다. 지구 환경을 보존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것이다.
우리 시대의 화두인 이에스지를 온전히 담고 있다. 임팩트투자라는 새로운 흐름이 형성되기 전, 이 영역은 기부와 자선투자가 활동하던 무대였다. 기부는 조건 없이 주는 것을, 자선투자는 가치 있는 일에 돈을 쓰되, 반대급부를 바라지 않는 것을 말한다. 성공한 사업가가 공익재단에 큰돈을 쾌척한 후, 사회와 환경에 유익한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임팩트투자가 활성화되면서 이 지형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환경 위기와 사회 양극화 안에서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사업이 매력적인 모델로 떠오른 것이다. 연기금, 대형 자산운용사 등 큰손들이 움직이자 뒤이어 기관과 개인이 따르는 모양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이 변화에 힘입어 임팩트투자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24년 현재 세계 임팩트투자 시장 크기는 1조5700억 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268조 원에 달하는 큰 규모다. 영국 임팩트 투자기관 대표 키런 보일은 '임팩트투자의 확대는 단순한 추세가 아니라 새로운 투자 철학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투자의 기본 원리와 방향이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 영국 등 자본시장이 발달한 나라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지금 영국은 지방정부 연금 제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87개로 쪼개져 있던 연금을 8개로 통합했고, 이어서 퇴직연금을 끌어들여 슈퍼펀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LGPS는 자산규모가 3600억 파운드에 달하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연금 기금이다. 영국 정부는 이 개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기금 수익률을 높여 연금 소득을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대체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자본시장을 활용해 돈의 효용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영국 임팩트투자 회사들은 LGPS와 지역투자를 연계하는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지역'의 돈을 '지역'에 투자해 연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고 '지역'을 살리는 전략이다. 사회주택, 신재생에너지, 지역금융, 중소기업 지원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사업을 발굴해 임팩트투자를 실행하려는 것이다. 최근 임팩트투자의 양상은 좋은 혁신기업을 발굴해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차원을 넘어 장소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다. 점에서 선, 선에서 면으로 초점이 이동 중이다. 지역이 재무적 이익과 사회·환경적 가치 창출에 부합하는 좋은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 임팩트투자 시장 규모는 7000억 원 남짓인 것으로 추정된다. 펀드 조성 금액을 기초로 추산한 금액이다. 2010년을 전후해 시장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2018년 정부가 사회적금융 활성화 정책을 통해 마중물을 부으면서 조금씩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정부의 관심도 높지 않고 민간투자 규모도 작은 '유아기' 수준이다. 투자 방식도 점 단위다. 똘똘한 선수를 발굴해 밀어주는 방식이다. 이 시장이 살아나려면 '착한' 투자자가 많이 유입되어야 하는데, 투자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가치보다 수익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임팩트투자는 자본시장의 규칙 특히 벤처 투자업계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투자 대상은 다르지만, 투자 방식과 회수 방법은 큰 차이가 없다. 가치 평가 표준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가치로 포장된 머니 게임'으로 변질될 위험도 안고 있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시장이다. 이런 우려와 걱정에도 불구하고 돈만 좇는 게 아니라 가치를 함께 추구하는 자본과 투자자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사회와 환경 문제를 해결할 소셜벤처들에 날개를 달아준다면 세상은 한층 밝아질 것이다. 임팩트투자만이 이루어낼 수 있는 귀한 성과다. 기후 위기와 사회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다. 생태경제학자 김병권은 '기후 위기의 진짜 원인은 사회적 불평등이며 따라서 불평등을 해소하지 않으면 기후 위기는 극복할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에스지가 지구적 관심사가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임팩트투자는 자본의 힘을 빌려 환경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자본시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수익에 민감하고, 가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선한 의지가 담겨 있다. 둘은 상충할 수도, 공진화할 수도 있다. 이 새로운 투자 실험이 인류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예측하긴 어렵다. 한쪽에선 자본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자들이 가상화폐를 발굴하느라 천문학적인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고, 다른 쪽에선 거인의 어깨에 올라탄 난쟁이가 선한 쪽으로 거인을 이끌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거대한 재앙이 밀려오는 가운데, 인류는 지금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혼돈의 바다를 항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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