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1980년대만 해도 한국추리문학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그러다 1990년 이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한 순간, 오락과 재미만을 추구한다는 선입견이 자리잡은 것. 반면, 해외는 순문학과 장르문학 간 구분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소설이 꽃피웠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은 다시...
1970~1980년대만 해도 한국추리문학은 그야말로 전성기였다. 그러다 1990년 이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차갑게 식어버렸다. 한 순간, 오락과 재미만을 추구한다는 선입견이 자리잡은 것. 반면, 해외는 순문학과 장르문학 간 구분을 크게 하지 않으면서, 상대적으로 다양한 주제의 소설이 꽃피웠다. 우리나라 장르문학은 다시 일어설 수는 없는 것일까? 다양한 문학이 성장할 수 있는 기틀 마련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설마, 미궁에 빠진 건 아닐까.
이 궁금증을 풀고자 지난 8일 저녁, 서울 신림동 한 카페에서 오랜 시간 작품을 써온 국내 추리소설가 5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순문학 작가로 알려진 윤고은 작가는 로 영국 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하는 대거상 번역추리소설상을 수상했고, 김영하 작가의 은 독일추리문학상을 받았다. 편혜영의 도 미국에서 서스펜스와 호러, 미스터리 장르 작품에 수여하는 셜리잭슨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 순문학으로 평가받았던 작품이 정작 해외에서는 장르문학 부문에서 주목받은 셈이다. 또한 한강의 와 정이현의 작품도 추리 서사를 도입해 독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시리즈로 잘 알려진 판사 출신 도진기 작가도, 를 쓴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추리소설가 명함을 갖고 있다. 화제의 TV 드라마 원작자로 잘 알려진 김성종 작가가 1974년, 추리소설 으로 창간 20주년 기념 공모전에서 만장일치로 당선된 이후 최근 개정판의 작가의 말을 통해 추리소설이 장르문학으로 취급받는 것에 대한 부당함, 그리고 순문학과의 이분법적 논리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코난 도일, 애거사 크리스티, 조앤 롤링 등은 영국 문학의 순수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럽과 미국인은 이들의 문학이 자국 문학 발전에 이바지했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미애 작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순문학을 전공한 후배가 호주 유학을 다녀온 뒤 하는 얘기가, 거기선 순문학과 장르문학을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면서"자기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알았다고 했다. 그냥 모든 것이 '소설' 하나로 불렀다. 그런데, 한국의 잣대로 보면 도스토옙스키의 도 범죄소설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지금은 해외에서도 우리 추리문학에 관심이 많다. 그들에겐 문학 자체에 경계가 없다"고 말했다.1990년 이후 일본 추리소설과 영화, 드라마를 비롯해 특히 애거사 크리스티와 셜록 홈스, 앨러리 퀸 등 고전 추리소설이 그 틈을 비집고 들어왔지만, 성과도 있었다.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며 한국 작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던 것. 지난 해 12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4 상반기 출판산업 동향' 보고서를 보니, 그해 1~6월에 출간한 범죄/미스터리 소설과 스릴러/서스펜스 소설을 보면 꾸준히 상승곡선을 타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대해 홍선주 작가는"갈수록 마니아들이 자리매김하는 측면도 있고, 검증된 번역 작품을 소비하려는 경향도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또"시장성과 대중성으로 진단한다면 지금도 한국추리문학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 판단하지만, 문제는 '독자들에게 얼마나 친숙한가, 믿을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한국추리문학, 동남아시장에서 단서 찾으면 어떨까 한국추리문학은 앞으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 하는 것일까. 이 부분은 서미애 작가의 말에서 이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작은 단서 하나를 얻었다. 서 작가의 말에 따르면, 최근 1~2년 사이 한국추리문학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고. 그가 벨기에 북토크에 참석했을 당시 서점 주인이"한때 북유럽 작품이 주를 이뤘는데, 조금씩 한국작가 작품이 자신들에게 좀 더 맞는 것 같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단다. 또"프랑스 출판시장도 스마트폰, OTT 의 등장으로 60%가량 줄었다"면서"한국의 장르문학을 소개해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작가는"내가 책을 냈던 프랑스의 마땡꺌뮤 출판사는 한국 미스터리 소설만 전문으로 낸다. 왜 한국 미스터리만 낼까? 제 3세계의 신선함 때문으로 본다. 한류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며"러시아도 한국 미스터리 문학을 좋아한다. 러시아에서만 세 번째 책을 출간했다"며 해외 출간 가능성을 내비쳤다. 동남아시아 등도 한국이 주목해야 할 새로운 시장이다. 추리소설가로 데뷔한 지 3~4년 된 작가들도 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번역돼 출간되고 있다. 그들에겐 굉장히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의 문화를 담은 책이기 때문이다. 황세연 작가의 라는 작품도 최근 중국어 영상화 판권 계약이 이뤄졌다. 서미애의 는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등 14개 언어로 번역돼 세계 시장에 우뚝 섰고, 홍선주 작가는 단편 5편을 모은 으로 2023년 세종도서 선정과 베트남에 수출길을 열었다. 김재희의 는 2021년 프랑스어 번역판 출간, 도 해외에서 번역돼 출판됐다. 뿐만 아니라 한이 작가도 이라는 제목의 단편이 국내 드라마 계약을 맺어 수익을 가져다 주기도 했다.또"국내 미스터리 작품들이 예전보다 훨씬 다양해지고 있다. 미스터리 하위 장르 중에서 과거에는 보기 힘들었던 일상 · 본격 · 특수 설정 · 민속학 미스터리를 전문으로 창작하는 작가들이 나오고 있어 기대된다"고 밝혔다. 최근 출간된 김영민의 , 고태라의 등이 좋은 예다. 백휴 작가도"추리문학을 대하는 우리네 정서도 바뀔 필요성이 있다"며"작품을 논할 때 단순히 재미 여부로 판단할 게 아니라 작가의 작품에 대한 다양한 비평을 통해 질적인 수준을 높일 수 있는 풍토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추리 스릴러 소설인 가 타임지에서 선정한 100대 영문 소설로 선정되지 않았나. 이런 일이 우리나라에도 일어나야 더욱 건강한 문학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장르를 떠나 문학적 토양을 일구고 독자층을 넓혀가기 위해서는 신인 작가가 꾸준히 탄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신춘문예 등 공모전이 많아질 필요가 있다. 한국추리작가협회 회장이자 편집장을 맡고 있는 한이 작가는"현재 유일한 정기 공모전은 한국추리작가협회에서 주관하는 가 유일하지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과 엘릭시르 출판사에서 출간하는 단편 공모도 응해보길 권한다"고 말했다.결국 독자가 한국 추리문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풍토 조성, 또 가급적 많은 신인작가가 등단할 수 있는 기회와 창구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작품의 질적 함양에 끊임 없이 연구해 나아가는 것이 한국추리문학에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해결책인 셈이다. 는 매해 봄이면 크라우드 펀딩으로 독자를 맞이하고 있다. 2025년을 가늠할 2월 진행된 펀딩 목표는 200만원. 그 결과는 목표금액의 915%를 달성했다. 독자는 여전히 한국추리문학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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