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을 하는지도 모르고 어떤 게 사랑인지도 배운 적 없는 그 염색체는, 오늘도 골목에서 기다린다. 꼿꼿이 세운 그깟 몸뚱이 하나가 제 사랑의 증거라고 믿으면서. 스토킹범죄
어느 가을날, 창밖을 보니 아빠와 딸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다. 아빠는 마구 뛰어대는 딸아이 곁에 아이랑 같이 뛰며 꼭 붙어 있었다. 김비 제공 ☞한겨레S 뉴스레터 구독신청. 검색창에 ‘에스레터’를 쳐보세요. 오래전에도 골목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었다. 반가운 사람이었다. 수십년 세월이 지났고 골목의 풍경도 달라졌지만, 지금도 밤이 내리면 가족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걱정하고 염려한다. 누구라도 골목에 나가 기다려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 가족들은 바빠졌다. 같이 사는 누군가를 위한 걱정은, 내 고통과 내 불안으로 시부저기 옅어진다. 나를 지키는 방법은 곧 타인을 향한 책무를 잃지 않는 것인데, 그래서 무기명의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야경꾼이 되는 일인데, 지금은 다들 너무 바쁘다. 돈을 버느라 바쁘고, 돈을 쓰기 위해 바쁘고, 힐링하기 위해 바쁘고, 국민을 위해 네 편 내 편을 나누느라 바쁘다.
“사랑에도 주도권이라는 게 있는 거야, 아냐?” “사내 새끼가 달린 값도 못 하고 찌질하게 그게 뭐냐?” 오래도록 읽히고 적혀왔던 통속적인 믿음들이 그의 갈급한 염색체를 마구 긁어댄다. 세뇌시킨다. 오독한 사랑의 자리 옆에 또렷이 각인한다. “수컷들은 원래 그런 거야. 쫄 거 없어, 일단 들이대!” 또 한번 그는 고백한다. 제 사랑을 모독했다고 믿는 그 사람을 향해, 제 남자다움을 욕보였다고 확신한 그 사람을 향해, 사랑을 협박한다. 그러나 아무리 온몸 다해 간절하고 애틋해도, 혼자 사랑이라면 ‘사랑’이 아니라 ‘사.’ 받아들여지지 않는 고백은 당연하다. 존중하고 귀하게 여기는 사랑을 배워본 적 없는 그는, 사랑이 아니라 수컷의 남성성에만 매몰된 그는, 사랑은 곧 전쟁이라고 믿어버린다.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과 전쟁을 하겠다고 혈서를 쓴다. 어떻게든 저것을 점령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말리라. 폐허를 만들어서라도, 내 몸에 새겨진 수컷의 각인을 똑같이 그 몸에도 새겨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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