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은 '코로나 극복 선언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왜일까요.\r코로나종식 감염병X
윤석열 대통령의 11일 코로나 극복 선언은 늦은 감이 있다. 다른 나라는 이미 일상생활을 회복했고, 우리 국민도 코로나를 위협으로 느끼지 않은 지가 오래다. 그래서 만시지탄이란 탄식이 나온다.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정부가 돌다리를 두드리듯 조심하는 바람에 늦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평가는 후한 편이다. 마이크 라이언 세계보건기구 긴급대응팀장은 지난 3월 말 스위스 제네바에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한국은 보건시스템이 안정적이고 바이러스를 제대로 감시하고 있다"며"전반적인 대응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검사 키트의 신속한 개발과 신속 검사 체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정점으로 한 대응체계, 재택치료 개발, 의료인과 일선 공직자의 헌신 등은 평가할 만하다. 반면 다른 평가도 나온다. 중환자실 부족, 백신 늑장 준비, 요양병원·요양원 사망 방치 등의 문제가 계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10일 기준 인구 100만명당 발생률 세계 1위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전문가들은"코로나 극복 선언이 새로운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명돈 교수는"앞으로 팬데믹이 안 올리가 없다"며"코로나 방역을 냉정하게 평가해 미흡한 점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오 교수는 미래 감염병을 '디지스 X'로 부른다. 발병 주기도 신종플루-메르스, 메르스-코로나로 짧아진다. 보건 당국은 2015년 12월 7개월여 만에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당시"팬데믹이 또 올 것"이라는 경고와 함께 철저한 준비를 주문했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다 코로나19를 맞았다. 팬데믹 예방 투자가 120배의 효과를 낸다고 한다. 신종 감염병의 75%가 동물에서 유래한다. 마이크 라이언 사무차장은"병원체의 위협을 줄이려면 동물과 인간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1500만명에 달하고 캠핑·등산 인구가 증가하면서 야생동물 접촉도 늘어난다. 그래서 원 헬스가 중요하다. 그런데 동물, 사람 등으로 쪼개져 있다. 오명돈 교수는 환기 시설의 취약성 개선을 강조한다. 오 교수는"디지스X 중에서 호흡기 전파가 가장 문제이다. 실내 공기의 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건물·식당 등의 환기 시설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의 질병청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는 회의 중 이산화탄소 농도 측정기에 불이 들어오면 창문을 연다. 의료 대비 체제 중 가장 중요한 게 중환자실 같은 병상과 인력이다. 델타·오미크론 유행 때 절감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팬데믹 때 중환자실과 진료인력을 갑자기 늘리기 불가능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중환자 간호사 500명 교육했다는데 중환자 진료에 얼마나 투입됐느냐"고 지적했다. 한정된 중환자실 입원 우선순위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감염내과 의사도 씨가 마르고 있다. 올해 전국 37개 대형병원이 뽑은 감염내과 전임의는 16명에 불과하다. 심지어 서울대병원마저 0명이다. 중앙감염병병원도 부지하세월이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기부금 5000억원이 들어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기부금으로 현대식 병원이 들어서겠지만, 국립중앙의료원이 인력을 확보해서 교육·훈련하고 제대로 운영할지 의문"이라며"서울대병원과 연계하거나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는 지난달 토론회에서"바이러스 전파 속도 등을 고려해 미래 예상 감염병에 필요한 중증병상 수를 추계해보니 800~2000개가 필요한데, 현재 800개도 확보하지 못하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미래 팬데믹에는 민간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동원 병상을 지정하고 정기적으로 전환 훈련을 하며 인력·장비·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명돈 교수는"공공 병원, 민간 병원 이런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하면 감당하지 못한다"고 민관협력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음압격리병상 같은 특수시설 없이 일반병상에서도 감염병 환자를 진료할 수 있다는 걸 이번에 확인했는데, 이게 원점으로 되돌아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기석 위원장은"질병청·복지부·산업부·식약처·과기부 등이 서로 백신을 개발한다고 나서 따로 논다. 한 부처가 잘하면 나머지는 세금을 버리는 것이다. 한 해 세금 30조원이 별 소득 없이 교수들 주머니로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WHO, 미국 질병통제센터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질병청 역학조사관을 파견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공조하고, 정보를 교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레키로나주나스카이코비원 같은 '뒷북 사례'가 나오지 않는다. 한국만큼 데이터가 많은 나라가 드물다. 다양한 방역 정보·기초자료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분절돼 있다. 이들은 연계하고 정제해서 연구자에게 제공해야 감염병 발생 동향을 예측할 수 있다. 코로나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실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과학자의 참여를 대폭 확대해 과학 방역의 기초를 쌓아야 한다. 기초의약품 비축도 중요하다. 오미크론이 번질 때 감기약 품귀 현상이 극심했다. 워낙 약이 싸다 보니 제약회사가 생산을 꺼린다. 수액도 마찬가지다. 이들 약의 비상 조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오명돈 교수는 팬데믹에서 방역·의료 위주의 대응에서 사회경제적 분야로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한다. 대표적인 분야가 교육이다. 학교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가 올해서야 열었다. 오 교수는"교사 목소리는 크지만, 학생·학부모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학교 문을 닫으면 교사나 방역당국은좋을지모르지만, 미래 세대 교육은 뒷전으로 밀렸다"며"새로운 의사 결정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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