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넷플릭스에서 퀸스 갬빗이라는 드라마를 방영했다. 음악도 좋았고, 미술도 좋았고, 여주인공도 멋졌다. 그런데 무엇보다 재미있었던 건 영화 중간에 나오는 ‘스콜라 메이트’라는 특별한 오프닝 전법이었다.' 체스 🔽 체스 한판 하실래요?
이기고 지며 한판 두판 추억 쌓아 20년전 유럽에서 우연히 배운 체스는 이후 여행길 친구 사귀는 수단이 됐다. 20년 전, 학생 시절. 터키였던 것 같다. 체코였던 것 같기도 하고. 강변에 테이블을 놓아둔 노천 카페테리아였는데, 설탕을 넣은 달콤한 홍차를 시키면, 잔이 빌 때마다 계속 채워주는 집이었다. 배낭여행 중이었던 나는 일행도 없었고, 딱히 정해진 스케줄도 없었다. 그 강변엔 아저씨들이 주르륵 앉아서 체스를 두고 있었는데, 테이블 자체가 체스 보드였던 것 같다. 멍하니 앉아서 차 마시고, 책 보고 그렇게 앉았다가 어디를 갈까? 영화나 볼까? 심심함을 이길 방법을 찾던 중이었겠지. 그런데, 내 앞에 한 할아버지가 불쑥 앉으셨다. 그리고 점원은 당연한 듯 체스 기물을 가져다주었다.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 카페는 원래 그런 시스템이었던 것 같다. 체스를 두고 싶은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있으면 다른 플레이어가 와서 함께 두는 것.
이 전법을 사용하면 상대방은 어디서 어떻게 당했는지도 모르게 단 네 수만에 패하게 되는데, 이걸 보고 아들에게 써먹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이현아 오랜만에 체스 한판 둘까?” “싫은데…” “금방 끝나. 아빠가 딱 네 번 만에 이길 테니까 한판만 두자” “아빠가 지면 아이스크림 사 줄 거야?” “콜!” 그리고 딱 4수. 벙 찐 아들의 표정과 희희낙락하는 철없는 아빠. 한동안 체스에 심드렁하던 아들은 그 후로 체스를 아주 재미있어했다. 그리고 신기한 일. 내가 실수를 하는 것인지, 아들이 잘 두기 시작한 건지. 다섯 판 하면 한 판. 다섯 판 하면 두 판. 지려고 마음먹은 게 아닌데, 나는 간혹 졌다. 나의 당황이 ‘찐’으로 기뻤는지 아이는 나에게 “아빠, 체스 두자”하고 부르는 일이 많아졌고, 아이의 체스 실력은 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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