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적으로 강인하지 않은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사고하고 추론하고 반성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능력에는 결함이 많다. 아일랜드 물리학자...
육체적으로 강인하지 않은 인간이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사고하고 추론하고 반성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지적 능력에는 결함이 많다. 아일랜드 물리학자이자 생물통계학자인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는 “인간은 비합리적인 유인원이며, 의심스러운 결론에 깊이 집착하고, 생각하지 않고 반응한다”고 단언한다. 그가 쓴 에는 인간이라는 종이 얼마나 자주 사실을 무시하고 가짜에 쉽게 속아넘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들이 빼곡하게 담겨 있다.
우리는 사실이 아니라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1948년 미국 심리학자 버트럼 포러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의 성격을 분석한 글을 개별적으로 보여준 뒤 정확도를 점수로 평가해달라고 했다. 학생들은 5점 만점에 평균 4.26이라는 높은 점수를 줬다. 사실 포러가 학생들에게 보여준 성격 분석은 똑같은 내용이었고, 별자리 점괘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문장들이었다. 그런데도 학생들 대다수가 정확한 평가라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우리가 “아주 모호해서 수많은 사람에게 해당하는 성격 설명이 자기에게만 특별하게 적용된다고 믿고 높은 점수를 매기는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포러 효과’ 또는 ‘바넘 진술’이라 부른다. 모르면 대화가 안 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MBTI도 모호한 질문으로 포러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검사법이다.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호건은 “대부분의 성격심리학자는 MBTI를 공들인 중국 포춘쿠키보다 조금 나은 정도로 여긴다”라고 말했다.
1980년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맨해튼 비치에서는 유치원 설립자 버지니아 맥마틴, 유치원 운영자 페기 맥마틴 버키, 유치원 교사 레이 버키가 48명의 아동들을 321차례 학대한 혐의로 고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고발의 단초가 된 것은 전문 상담사들의 면담에서 나온 유치원생들의 증언이었는데, 상담사들의 암시 때문에 아이들은 실제로 겪지 않은 학대의 기억을 만들어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인지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로프터스는 1995년 24명의 참가자들에게 어린시절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 사이에 쇼핑몰에서 미아가 된 적이 있었다는 가짜 에피소드를 섞은 소책자를 읽게 했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의 25퍼센트가 쇼핑몰에서 실제로 길을 잃은 적이 있다고 믿었으며 심지어 이야기의 세부사항을 꾸며내기도 했다. 인간의 감각도 신뢰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언론은 의도치 않게 가짜를 진짜로 만드는 데 기여한다. 저자는 기계적 중립에 대한 미국 주류 언론들의 집착이 ‘헛소리’에 권위를 실어준 사례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거론한다. 기존의 정치 규범을 모두 깨뜨리면서 등장한 트럼프의 궤변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동등한 비중으로 전달함으로써 트럼프를 ‘정상적인 후보’로 포장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증거의 무게가 반박의 여지없이 한 방향을 가리킬 때도 완강하게 양쪽을 똑같이 가치 있다고 보도하면 끔찍한 생각과 허튼소리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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