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설]차별과 혐오가 중차대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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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정책, 떠오른 혐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양상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정책 토론이 실종...

사라진 정책, 떠오른 혐오.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양상을 미래세대에게 전달한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제대로 된 정책 토론이 실종됐다며 대통령 선거를 한탄하는 비평이 비단 어제오늘 이야기만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는 정말이지 심각하다. 가난한 사람들, 장애인, 청년, 노인, 여성과 성평등에 관한 정책이 실종됐다는 보도만 가끔 나부낄 뿐이다. 국가 비전 없는 공약집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는 대통령 후보들이 핏대 올리며 대통령으로 뽑아달라고 외치는 걸 보는 것만으로도 크나큰 불행함을 느낀다.

정책의 공백이 만든 틈을 비집고 자리를 튼 건 혐오의 담론들. 지난 대통령 선거 역사마다 후보 검증 과정을 빌미로 짝을 이루어 표방하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은 있었지만, 후보자 능력의 검증이 아니라 유권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대량 살상 목적의 혐오 표현은 이번이 최초인 것 같다. 대한민국을 5년간 이끌 차기 대통령 선거에 요구되는 지위의 존엄과 품위는 찾아볼 수 없고 대통령 후보자와 선거캠프가 앞서서 유세 현장에서, TV토론회에서, 기자회견장에서 혐오를 부채질하느라 바쁘다. 후보자가 유권자를 때리는 선거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부정선거의 원흉인 중국인을 색출하자는 외침, 지역민에게는 최저임금을 주지 말자는 주장, 전 연령 시청자 앞에서 발음된 성범죄적 발언까지. 이번 대선 기간 혐오 발언은 어디서나 예고 없이 나타났다. 낮마다 익숙하게 걷는 거리부터 밤마다 시청하는 TV까지. 혐오 발언은 또 어김없이 등장했다. 대선 후보 등록일 이래 하루도 빠짐없이 사회의 인내를 시험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혐오 발언은 끊임없이 수위를 경신했다. 타인에게 상처를 입히는 폭력이 선거의 전략으로 거침없이 활용됐고, 선거 후 법적 처벌을 기다리는 사람만 해도 이제 한둘이 아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는 대한민국 사회 공동체의 분열을 조장하고 존립을 위협하는 전대미문 최악의 수준을 기록한 선거라 불러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오랜 시간 사회 공동체가 서로서로 암묵적인 합의 아래 함께 지켜왔던 혐오 방지의 성벽을 완전히 허물어버린 지금. 차기 정부는 이 문제를 재정비하는 과정에 온 저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만일 사회적 차별 금지와 혐오 금지를 막기 위한 대원칙을 괄시한 채, 정책 프로그램만을 기술적으로 검토한다면 그 어떤 정책이 대안으로 제시되더라도 적대감이 만성화된 현실의 갈등 앞에 좌절하고 말 것이다. 그 정책의 이름이 경제건, 국방이건, 외교건, 에너지건 예외 없이 말이다. 어떤 정책이라도 본격적인 삽을 뜨기 전에 생산적인 이견 조율은커녕 혐오에 기반해 상대를 무너뜨리려는 공격만이 재현될 것이다. 직설 구독 구독 차기 정부에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하라. 차별과 혐오는 등하교 중인 여중생 앞에, 주민 앞에 나선 정치인 앞에, 출근 중인 직장인 앞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가족들 앞에 나타났다. 2025년. 차별과 혐오는 더 이상 주변 문제가 아니라 중심 문제이며, 국가와 생명을 위협하는 막대한 문제가 됐다. 지난 정치가 이 문제를 확산시킨 만큼, 미래 정치가 책임지고 수습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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