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나.” 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한 유권자 문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안 된다”고 안내했다. 그 후 선...
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한 유권자 문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안 된다”고 안내했다. 그 후 선관위는 ‘선거인이 정치적 표현물을 소지한 채 투표소 출입’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어 ‘대파를 갖고 투표하러 온 유권자는 대파를 밖에 보관한 뒤 투표소로 들여보내라’고 공지했다. 대파 소지를 투표소 근방 100m 이내에서 못하게 한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대파’가 투표소 반입 금지 품목에 오르자, 시민들은 투표소에 대파 색깔 옷을 입고 가고, 소셜미디어에는 대파가 그려진 가방, 대파 모양 볼펜까지 ‘대파 소품’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선관위가 ‘파틀막’ 한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큰 선거 때마다 정치를 풍자하고 투표를 즐기는 패러디가 있었지만, 올 총선엔 대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과잉대응 논란이 확산되자, 6일 선관위는 입장문을 내고 ‘장바구니에 든 대파를 들고 오는 경우처럼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목적이 아니라면 반입이 가능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면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어떤 근거로 판단할지 묻게 된다. 쪽파는 허용하나. 아래위로 정당 색깔이 있거나 1·2·3 숫자 있는 옷을 입으면, 투표소 밖에서 벗고 들어와야 된다고 억지 부릴 것인가.
당초 대파 논란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한 마트에서 ‘대파 875원이 합리적’이라고 발언하면서 불거졌다. ‘875원은 한 뿌리 값’이란 궤변이나 선거 앞의 ‘특판·할인 연장’ 소동이 이어졌지만, 대파 가격은 서민의 눈물이 밴 천정부지 물가의 일부일 뿐이다. 여권은 그만 ‘대파’를 덮고 싶었을 텐데, 선관위 과잉대응이 애꿎은 대파만 또 선거에 불러내고 총선 상징물로 만든 셈이다. 미국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개념’처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말라”고 해봐야 소용없다. 대파는 올 총선에서 고물가·정부 심판의 열쇳말이 되어버렸다. 그 표현의 자유마저 선관위가 가로막고 나섰으니,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뭐라 하는 격 아닌가. 대파가 손가락이면, 그 달은 고물가 시대의 퍽퍽한 민생이다. 대파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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