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첼 코놀리는 작가이자 비평가다. 내겐 댄 시먼스라는 친구가 있다. 댄은 '최고'를 가려내고 찾아내는 데 정말 진심인 사람이다. 삶의 목표가 여기에 맞춰져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내겐 댄 시먼스라는 친구가 있다. 댄은 '최고'를 가려내고 찾아내는 데 정말 진심인 사람이다. 삶의 목표가 여기에 맞춰져 있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댄은 '올해 최고의 헤어드라이어 9개'를 소개한 기사를 흥미진진하게 읽는다. 구글 평점이 별 4개 언저리인 그저 그런 바에서 술을 마시는 건 생각만 해도 어깨가 축 처진다며 손사래를 친다. 주말에 멀지 않은 데로 머리 식힐 겸 다녀오는 여행을 위해서도 댄은 스프레드시트를 잔뜩 열어놓고는 온갖 걸 다 분석하고 비교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 주변에도 이런 사람 꼭 한두 명 있을 거다. 어쩌면 당신이 바로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건강한 습관이라고 말하긴 좀 뭣하지만, 나한테 진짜 중요한 게 뭐냐면, 내 주변 사람, 내가 아는 사람이 시간을 가장 가치 있게, 알차게 쓰게 해주는 거야. 그러려면 그냥 어느 식당이 맛집이니 거기 가보라는 데서 그치면 안 되잖아. 가서 어떤 걸 꼭 주문해야 한다는 데까지 가는 거지. '진짜 거기까지 가서 그 메뉴를 시키겠다고? 다른 모든 메뉴에 비해 너무 떨어지는데? 진짜 그렇게 하는 게 맞아?'라고 계속 묻게 돼. 이 질문은 식사의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거야."사실 우리는 순위에 아주 익숙하다. 영화잡지 사이트 앤 사운드는 1952년부터 10년마다 역대 최고의 영화 목록을 업데이트했다. US 뉴스 앤 월드리포트가 대학교 순위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도 1983년의 일이다. 올해 발표된 순위를 보면, 미국 최고의 대학은 프린스턴, MIT, 하버드 순이었는데,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결과다.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을 두고도 용케 순위를 매겨놓은 글이 많다. 지난 100년간 최고의 소설가 100인, 부자 순위가 그렇다. 30세 이하 젊은 리더 30인 따위의 순위표도 지겹도록 반복해서 나온다. 이제는 지극히 개인적인 정보도 순위를 매겨 정리해야 논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다. 잠자리 파트너의 평점을 매겨 기록해 두는 사람은 세상에 몇 명 없을 테니 차치하고, 내 친구 댄 시먼스 정도로 순위와 평점에 진심인 사람도 많지 않을 거다. 그래도 순위와 평점은 여전히 쓸모가 있다. 바로 소비자로서 알아야 할 게 많아도 너무 많은 세상에서 쓸 만한 지표가 돼주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전문적인 식견이나 경험이 없다고 느끼는 분야는 이것저것 많기 마련이다. 듀크대학교에서 경영과 조직학을 가르치는 릭 래릭 교수는 이때 다른 사람들이 매겨놓은 평점이나 순위를 보면"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사라진다"고 설명한다."화장실 청소할 때 쓰는 세제 같은 제품만 해도 순위를 매기는 순간, 최고로 꼽힌 제품에 대한 사람들의 호감이 무려 20%나 증가합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안 보고 1위라는 딱지만 본 반응이 그래요. 1등과 2등을 단순히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일종의 편안함을 느껴요. 순위가 나와 있으면 결정하기도 그만큼 쉬워지고, 스스로 내가 아무거나 고른 게 아니라 최고를 선택한 거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죠."
우리 사이의 차이를 부각하긴 했지만, 실은 우리 둘의 성향에는 보기보다 공통점이 많다. 두 가지 모두 인터넷 때문에 만들어진 압도적인 소비자 환경에 나름대로 내놓은 각자의 대처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인터넷에서 쓰는 시간을 최소화하는 쪽을 택했다. 끝없이 무언가를 비교하고 골라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나 숨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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