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깔끔한 손재주 없어페인트칠로 집안벽 망치고새옷 태워먹는 좌충우돌에도부족함 채워주는 타인 덕에도움주고 받는 삶 의미 깨닫다
도움주고 받는 삶 의미 깨닫다 20대의 어느 날, 나는 집 현관의 한쪽 벽을 빨간 페인트로 칠했다. 미국 드라마에서 시련 당한 인물이 침실 벽을 피처럼 새빨갛게 칠하는 것을 보고 나도 시도해본 것이다. 당시 내 방의 벽면은 가구들로 가로막혀 있어서 나는 앞이 트인 현관 쪽 벽을 바꿔보기로 했다. 도배지를 뜯어내고, 콘크리트 면에 석고를 바른 다음 그 위에 색을 칠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내가 호기롭게 꾸민 벽은 드라마 속 파격적이고 세련된 실내장식과 거리가 멀었다. 석고를 고르고 평평하게 펴 바르지 못했고, 색도 환한 붉은 톤이 아니었다. 흰색과 검정 페인트를 섞어 명도를 조절해보라는 동네 페인트 가게 사장님의 조언에 휩쓸려 나는 그만 내가 목표한 색조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벽은 이도저도 아닌 우중충한 팥색. 다행히 함께 사는 가족이 나의 기벽을 이해해주어 해괴한 현관 벽도 참아주었지만, 이따금 손님이 방문할 때면 그 우둘투둘한 자색고구마빛 벽을 보며 의문을 표했다.
바로 옷을 다리는 일. 구깃구깃한 천이 재봉선을 따라 반듯하게 펴지는 걸 보면 덩달아 내 기분도 좋아져서 나는 자청해 식구들의 옷을 다려주곤 했다. 몇 년 전, 형부가 결혼 후 처음으로 집에 왔을 때도 그랬다. 나는 내 셔츠를 다리는 김에 형부의 바지도 다리미판에 놓고 쓱쓱 문질렀다. 그 옷은 얇고 까슬까슬한 섬유에 옅은 물빛이 도는 여름 바지였다. 결혼 예복과 함께 신부 측에서 선물한 옷, 딱 한 번밖에 안 입은 값비싼 그 옷을 그날 내가 태워먹었다. 더 완벽하게 바지의 솔기 선을 세우려는 나의 과욕이 화를 부른 것이다. 어찌하여 내 손은 중요한 날에 소중한 옷을 골라 홀라당 태워먹는 걸까. 한 잡지사의 인터뷰를 앞둔 어느 날 연인이 나에게 새 옷을 사주었다. 인터뷰 전날 밤 나는 공들여 그 옷을 다림질했다. 스팀 버튼을 누르고 분무 기능도 쓰면서 다림판의 열기를 조절했지만, 내가 잠깐 손목에 힘을 꾹 준 사이 마치 금이 간 것처럼 섬유에 가느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나마 팔 뒤쪽 부분이라 옷을 입을 순 있었지만, 다리미는 연기를 내뿜으며 고장이 나버렸다. 이럴 수가, 정작 구김이 심한 셔츠 깃은 펴지도 못했는데!
당장 새 다리미를 살 수도 없고, 다음날 아침부터 먼 거리에 있는 세탁소로 뛰어가는 것도 버거워서 나는 구김살이 있는 그대로 옷을 입기로 했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연인이 좋은 방법을 찾았다며 냄비에 물을 끓였다. 바닥이 판판한 스틸 냄비를 가스 불에 달군 뒤 마치 인두처럼 옷에 대고 자분자분 문질렀다.그날 나는 연인의 도움으로 무사히 일정을 마쳤다. 그래, 나의 두 손이 마이너스면 어떤가. 그 모자란 손을 잡아주는 따듯한 손길이 있는데. 어쩌면 그렇게 한 사람의 손만으로는 다 채울 수 없기에 우리는 다른 이와 손을 맞잡는 게 아닐까. 앞서가는 의욕에 못 미치는 서툴고 투박한 나의 손. 나는 그 부족함으로 나에게 다가온 이들의 마음을 더욱 귀하게 받아들인다.
United States Latest News, United States Headlines
Similar News:You can also read news stories similar to this one that we have collected from other news sources.
[세상사는 이야기] 일본 가수 '리에'가 주는 교훈한일가왕전서 부른 日 가요일본어 몰라도 깊은 감명노래할 때 행복해 보이기 때문평생 희망 향해 노력하고잘하는 것 즐기는 게 행복
Read more »
[세상사는 이야기] 우리 사회의 기둥, 우리 아이들북유럽 어딜가나 어린이 공간아이들 잘 키울 수 있게 만들어정부 저출생 대응 방향도아이와 살기좋은 환경 초첨둬야
Read more »
[세상사는 이야기] 당연하다는 착각호기심 어린 딸의 질문 하나도정성껏 설명하는 엄마를 보며당연하게 여기는 일상 관계도노력해야만 가능함을 깨닫다
Read more »
암투병 중에도 못 쉬는 어느 노동자의 절박한 바람[최저임금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③] 28년째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홍민영씨 이야기
Read more »
“1원도 아낀다”…짠내 폴폴 ‘이 가전’ 판매량 매달 60% 늘었다無전력 생활가전 ‘인기’ 손으로 돌리는 반죽 믹서 나무 공명 이용한 스피커 알뜰소비 트렌드 확산
Read more »
'최저임금 차별 적용? 똥기저귀 들고 쫓아가야죠'[최저임금 여성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야기 ④] 재가방문 요양보호사 정인숙씨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