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자화상을 통해 '용기'를 그린 여성들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남녀평등 원칙에 따라 기사나 문서 등에서 '여성'을 적시하는 접두사가 사라지고 있다. '여선생', '여기자',...

도광환 기자=남녀평등 원칙에 따라 기사나 문서 등에서 '여성'을 적시하는 접두사가 사라지고 있다. '여선생', '여기자', '여교수', '여학생' 따위다. 환영할 일이다.19세기 말까지 여성 화가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예를 들면 베르트 모리조는 인상주의 전시회에 대부분 참여했지만, 야외에서 여성이 그림 그리는 걸 곱지 않게 보던 시절이어서 주로 실내와 가족만 그려야 했다. 여성 화가들의 분투나 고유함을 살피기 위해 화가 성을 꼭 살필 필요가 있다. 여성인지 남성인지 불분명하게 쓴 글이나 두 성을 다 '그'라고 적시한 글은 답답하다.

모리조 이후 극적으로 전업 화가가 된 여성은 수잔 발라동이다. 서커스단에서 일하다 사고로 그만둔 발라동은 당시 파리 주요 화가들 모델을 하며 연명했다. 에드가르 드가와 툴루즈 로트레크 도움으로 1896년 전업 화가가 됐다. 그만큼 재능이 뛰어났다. 그녀 대표작은 '푸른 방'이다. 58세 때 그린 자화상인데, 남성이 묘사한 여성들과는 달리 과장하거나 허세 부리지 않은 표정이다. 제목처럼 푸른색을 기조로 분홍 상의와 줄무늬 바지 등으로 자유로운 실내 여성을 그렸다.파울라 모더존베커는 요절한 독일 천재 여성 화가다. 동시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부부와 예술 공동체를 꾸리며 표현주의에 앞장선 화가다.서른을 갓 넘긴 나이에 꿈에 그리던 임신과 출산을 했으나, 후유증으로 출산하자마자 세상을 떴으니, 그녀가 더 살았다면 기념비적인 작품을 남겼으리라.미국에서 추상화가 활개 치며 주가를 올리던 시기에도 그녀는 초상화에 몰두했다. 사실주의보다는 표현주의 화풍으로 그렸지만, 인물의 정신과 에너지를 강렬하게 뿜어내는 작품을 통해 '인간 통찰'을 유감없이 화폭에 전이했다.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만큼 불운한 서사로 가득한 화가도 찾기 어렵다.

직책이나 직위를 말할 때 여성임을 드러내는 건 차별에 가깝지만, 작품 감성과 생애, 경향, 특징 등을 이해하기 위해 성을 아는 건 미묘한 다름을 파악하는 적확한 길이다. 여성과 남성의 감수성 지향은 다르다. 존중받아야 할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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