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행복을 지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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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은 비밀이 많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아니다. 반려동물처럼 인간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복종하면서 살아가지 않는다. 야생동물로서 길들여지지 않은 채 생존을 우선하며 쫓기는 삶을 자주적으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과 행동을 이해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재촉 없는 존중으로 숨죽여 본연의 현상을 그대로 관찰하고 비추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은 ..

야생동물은 비밀이 많다. 그리고 반려동물이 아니다. 반려동물처럼 인간에게 의지하고 때로는 복종하면서 살아가지 않는다. 야생동물로서 길들여지지 않은 채 생존을 우선하며 쫓기는 삶을 자주적으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과 행동을 이해하려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재촉 없는 존중으로 숨죽여 본연의 현상을 그대로 관찰하고 비추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은 대부분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매우 비밀스럽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티를 내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거칠고 냉혹한 야생에서 살아남으려면 아주 조심스럽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쉽게 마음을 열거나 방심하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야생동물을 돌보는 사육사는 야생동물의 행동 하나하나를 집중하여 관찰하면서 '왜?'라는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원인과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일과의 시작부터 끝까지 대상을 예리하게 관찰해내는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야생동물의 행복을 지키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잘할 수 없고, 하루아침에 알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큰 노력과 고뇌의 시간, 농익은 경험이 필요한 일이며 어쩔 땐 하나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은 늘 말했다. 관심을 두고 관찰해야 한다고. 그러면 그들의 행복을 지켜줄 수 있다고 말이다.

나는 2000년대 초반에 사육사가 되었다. 그 이전부터 지금까지 사육에 대한 기술과 환경은 많은 선후배 사육사에 의해 더 나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지만, 살아 있는 야생동물 고유의 특성은 변하지 않기에 지금도 여전히 사육사에게 관찰은 생활이다. 혼자서 조용히 관찰하기도 하고, 여럿이 모여서 함께 토의하며 하기도 한다. 때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찰하기도 하고 때로는 개입을 통해 특이한 행동을 도출해내기도 한다. 누구보다 관심과 시간을 가지고 관찰하는 사육사에게 야생동물은"내가 지금 원하는 것은 이거야"라고 힌트를 준다. 헤아려보면 그런 사육사에게만 보이는 것일 거다.

관심이 없으면 의미 있는 관찰을 할 수 없고, 그런 관찰을 하지 않으면 지혜를 얻을 수가 없다. 야생동물의 은밀하고 점진적인 작은 변화를 발견해내는 데 무감각하고 긴장감 없는 관찰은 변화된 행동의 구분이 쉽지 않을 테니까. 어제도 그럴 것이고, 오늘도 그렇게 하루하루가 똑같아야만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변화를 감지하면서 동물이 원하는 것들을 사육사가 잘 맞추어준다면 그 동물은 행복한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야생동물을 보호하며 같이 생활하는 사육사가 비밀을 밝혀내듯이 실마리들을 찾아내야 하고 그것은 정답에 가장 가까운 해답이어야 한다. 그것으로 적기에 필요한 것들을 제공해주면서 그들의 행복을 지켜주어야 한다.

나는 동물원 야생동물의 행복을 지키는 사육사이다. 내가 올바른 사육사일 때 그들은 내가 사육사로서 사유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야생동물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 사육사라는 이름이 주는 가치를 따르고 노력하려 애를 쓴다. 행복하게도 내가 있는 이곳에는 그에 걸맞은 덕목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는 좋은 사육사들이 참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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