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독재하려는 신관에 맞선,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른 판타지 뮤지컬이다. newsvop
발행 2023-02-23 16:09:37“주사위는 던져졌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9년,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이탈리아 북부로 진격하면서 했던 말로 알려져 있다. 내전으로 치닫는 당시의 위급한 상황을 표현한 말로, 오늘날에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표현할 때 자주 사용된다.
당시 주사위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육면체가 아니라 소나 말 등의 복사뼈를 사용한 복사뼈 주사위였다고 한다. 주사위의 모양은 달라졌지만, 예나 지금이나 주사위는 ‘운명’이란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에게 주사위는 놀이감이며, 수학에서 경우의 수와 확률을 계산할 때 자주 사용되는 예제 속 도구이기도 하다. 정육면체의 주사위는 한번 던졌을 때 각각의 면이 나올 확률이 일정하다. 누가 던진다 해도 말이다. 그래서 불확실한 운명에 대해 미리 알고자 하는 인간이 신뢰하는 도구이지 싶다.‘2022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창작 뮤지컬 ‘다이스’는 일리아드 신화에 기록된 ‘트로이 목마’ 이후의 이야기를 상상으로 그려낸 판타지 뮤지컬이다. 트로이 멸망 이후 그리스군이 두려워 트로이보다 더 높은 성벽을 쌓고 고립된 가상의 도시국가 ‘퀘베이아’를 배경으로 한다. 한 나라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불안과 공포를 이용해 권력을 누렸던 신관 아르콘, 인간의 미래는 운명에 맡길 게 아니라 스스로의 의지로 변화시켜야 한다는 소년 다이스. 작품 속 두 사람 간의 대립을 눈여겨 볼 만하다.쿼베이아에 사는 이방인 다이스는 자신이 만든 장난감을 이용해 사람들의 운명을 점쳐주며 지낸다.
신관 아르콘은 국민들을 ‘부리기 좋은 말’이라고 한다. 말을 길들이는 방법은 그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는 것이고, 공포감을 주기 위해서는 말의 눈을 가리면 된다고 한다. 성벽 밖에 퀘베이아를 공격하려는 그리스인이 있다는 공포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신관 아르콘에게 충성을 다한다. 아르콘은 사람들의 눈을 가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주사위를 장난감이라 부르는 청년 다이스가 등장해 신관이 만든 신물을 부숴버림으로써 사람들의 가려진 눈을 뜨게 준다.뮤지컬 ‘다이스’는 잘 만들어진 작품이다. 무대 위 라이브 밴드가 만들어 내는 풍성한 연주와 정돈된 뮤지컬 넘버가 극의 신뢰감을 준다. 소극장이지만 무대 앙옆의 계단과 2층 무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 공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노래 실력도 극의 퀄리티를 높인다. 전하고 싶은 주제가 명확하고 지나친 신파나 영웅 이야기도 아니다.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다는 이야기다.
판타지라는 형식을 갖고 있지만, 역사극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소극장 뮤지컬이기에 판타지다운 무대를 충분히 실현하기는 어려웠으리라 생각된다. 소극장은 관객들과 가깝기 때문에 작은 애드립이나 웃음코드가 공연 분위기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고 응원하는 배우와 더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극의 흐름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웃음코드를 넣은 것은 똑똑한 연출인 셈이다.김주영 작가는 “당시 사람들은 그 결과가 신의 뜻이라며 모든 수를 운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속설이 흥미로웠다”라고 작품을 구상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이 이야기로 “자신이 만든 다이스를 장난감이라고 부르며 주사위에 대한 정의를 바꿔 버린 한 소년을 통해, 작품 속 ‘퀘베이아인’들에게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의미가 있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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