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3일 대구 서문로1가 일베 사무소의 문은 잠겨 있었다.
“놀자TV가 일베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일베가 놀자TV를 인수한 것이다.”커뮤니티의 한계를 넘어 동영상 플랫폼으로 확장하기 위해 ‘놀자TV’라는 인터넷방송 사이트를 인수했다는 것이다. 이 해명 글은 일베의 일부 회원들이 놀자TV를 운영하는 회사의 등기부등본 등을 제시하며 일베를 운영하는 회사의 임원과 주소지 등이 겹친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일베 측은 “ 무관함을 주장했던 것은 당시 사업의 시작 단계에서 방향성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해서”라고 해명했다.
운영진은 의혹을 제기하던 회원들의 글을 삭제하고 ‘3000일 접근 금지’ 조치를 취했다.일베 측의 주장은 사실일까. 과거 일베를 운영하던 회사는 ‘유비에이치’라는 회사다. 이 회사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2017년 11월 15일 주식회사 아이비라는 이름으로 변경 등기됐다. 과거 서울 역삼동 황화빌딩의 사무실공유회사에 적을 뒀던 유비에이치의 등기는 폐쇄됐고, 대구로 옮긴 아이비의 등기는 아직 살아있다. 역삼동 시절 대표로 명기되었던 2대 운영자 이성덕씨는 사내이사를 거쳐 지난해 4월 26일 사임했고, 같은 날 장희도 대표가 이어받았다. 3대째 운영자다. 그러나 현재 일베 사이트를 운영하는 회사는 ‘아이비씨’다. ‘아이비씨’와 장희도 대표가 사내이사로 돼 있는 ‘아이비’의 관계는 등기부상으론 드러나지 않는다. 등기가 살아있는 주식회사 아이비는 대구 수성구 범어동 킹덤오피스텔 7호에 본점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이날 ‘아이비씨’는 대구 서문로1가에 있는 3층 건물의 2층 202호로 옮긴 것으로 되어 있다.일베가 인수했다고 하는 ‘놀자TV’ 측에 연락했다. 대표번호로는 연락되지 않는다.“우리는 80여개 벗라이브 사이트를 관리한다. 고객센터의 역할은 무통장 입금을 하면 사이버머니를 충전해주는 것이다.”일베운영자라고 밝힌 그는 “일베가 회원 수로 보나 규모로 보나 그쪽보다 인지도가 큰데 굳이 우리가 인터뷰에 응할 필요는 없지 않나”라며 “ 조·중·동으로 소속사를 바꿔 온다면 인터뷰에 응하겠다”고 말했다.해당 주소지를 조회해본 누리꾼들 사이에선 “교회와 관계가 수상하다”는 말이 나오던 참이었다. 이 교회 김동섭 목사는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교회는 일베와 전혀 관계 없고 일베 운영회사는 현재 나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방문한 4월 23일, 건물 2층엔 ‘놀자TV’를 운영하는 잭앤콕은 그대로 있었다. 즉, 일베사이트를 운영하는 ‘아이비씨’만 이사를 간 것이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교회는 이 건물의 지하층과 3·4층만 소유하고 있었다. 1층과 잭앤콕이 입주해 있는 2층의 소유자는 1966년생 서모씨다. 서씨는 일베를 운영하는 아이비씨의 사내이사였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서씨는 4월 4일 사임한 것으로 되어 있다. 또 이날 이모씨도 사내이사직에서 사임한 걸로 나와 있다. 이씨는 앞서 기자에게 ‘발신자 표시제한’으로 전화를 걸어온 인사다.소위 ‘벗방 사업’을 하는 팝콘TV 계열 인터넷 성인방송 회사들이다. 앞서 사월동 2층에는 그가 관련된 컴퓨터 액세서리 쇼핑몰도 입점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서씨와 이씨는 인척관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잭앤콕 대표이사 이○○다. 왜 남의 회사에 가서 상관없는 일베에 대해 묻는가.”“우리 회사가 돈 받을 것이 있어 돈을 받기 위해 이사에 등기했다. 워낙 문제가 되어서 이사를 한 것이다. 등기부등본 확인해봐라. 현재 우리 회사와 전혀 상관없는 회사다.”-4월 3일 나와 통화할 때는 본인이 일베 운영자라고 하지 않았나.기자와 통화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이씨는 “자신은 민주당 당원이고 노사모 회원을 한 적도 있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권리당원을 포함, 적어도 대구시당 당원 명부엔 이○○씨는 없는 것이 확인된다”고 밝혔다.앞서 ‘통문회’ 글에서 일베 운영진이 밝힌 앞으로의 계획이다. 이 계획은 실현 가능할까.당시 관련 권한을 갖고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측은 ‘70%룰’을 거론했다.기자는 방심위에 2013년부터 현재까지 일베 관련 불법·유해정보 시정요구 통계를 요청했다. 추세는 2013년 이후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최근 들어서는 감소경향을 보이고 있다.과거 안산 단원고 교복을 사서 입은 일베 사용자가 어묵을 먹으며 ‘친구 먹었다’고 올려 물의를 빚었던 이른바 ‘일베 오뎅 사건’ 등 몇몇 건과 관련, 기자와 통화한 당시 방심위 관계자는 “일베 운영자에게 게시물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면 비교적 착실히 조치를 이행하는 편”이라며 “운영자가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 전체를 사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현재 운영을 맡은 4대째 운영진은 그동안 ‘노잼화’의 원흉으로 지목되었던 정치게시판을 없애고 대신 ‘IB튜브’라는 게시판을 신설했다. ‘유지’라는 이름의 일베 운영진이 유튜브에 올리는 개인방송을 중계하는 게시판이다.이어 2분36초엔 낙태를 둘러싼 논란 상황을 쉽게 설명한다며 ‘전라동화’라는 것을 들고 있다.“먼저 무현이가 무엇 하는지 볼까요? 아! 무현이가 스스로를 위하고 있네요.” “대중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홍어놀이 중이었네요.” 4월 17일 게시한 ‘ 노무현-문재인 비밀 녹취록!’이라는 영상 시작부분엔 영어로 문재인·노무현 ‘byeongshin’ 녹취록이라고 적혀 있다.법무법인 한가람의 권세헌 변호사는 “낙태 논란과 관련된 영상은 가정을 썼기 때문에 저쪽에서 다퉈볼 만한 여지가 있지만 비밀녹취록이라고 주장하는 후자의 경우 100%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고재순 노무현재단 사무총장은 “과거 노 전 대통령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식사 사진을 합성해 배포한 일부 일베 사용자들을 허위사실 유포로 형사고발한 적은 있다”며 “운영진이 직접 고인 모독성 글을 올리는 것은 어떻게 조치해야 할지 재단 자문 법조인들과 신중히 상의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4월 23일 대구 서문로1가 일베 사무소의 문은 잠겨 있었다.2012년 기자가 방문한 서울 역삼동 황화빌딩 사무실 운영 관계자도 “이따금씩 앞으로 배달되는 소송 관련 서류 등을 수령하러 방문할 뿐, 여기에 출근해 일베 사이트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일베 측과 명예훼손·모욕죄 소송을 진행했던 전 신문고뉴스 기자 이계덕씨는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정에 대표는 출석하지 않고 직원만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왔었다”며 “나중에 전해 듣기로는 실제 운영은 재택근무로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사이트 전체를 폐쇄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한계 원리인 과잉금지 원칙을 근간으로 해서 최소규제의 원칙, 공정성·객관성 등 심의 기본원칙을 유지하면서 사이트 개설 목적 및 운영형태, 내용과 주제, 전체 맥락, 양적·질적 정도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해야 할 사항으로 보고 있다.”실제 방심위 결정으로 폐쇄된 사이트가 있다. 전라도 혐오를 주장하던 네이버 카페 ‘라도코드’다.2010년 4월 최대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삭제 글 등을 모아 보여주던 사이트에서 출발한 일베는 2011년 12월 라도코드 폐쇄 후 ‘지역혐오’ 사용자들이 대거 몰리며 현재의 정체성이 정립되었다.일베의 현재 동시접속자 수는 7000~1만4000여명 수준으로, 2014~15년의 3만~4만여명에서 반토막 난 상황이다.그런 의미에서 일종의 ‘쓰레기통’ 내지는 ‘해우소’ 개념으로 일베 같은 사이트가 존속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과거 ‘인터넷 내 혐오표현’을 주제로 논문을 발표했던 서울대 로스쿨 김호씨의 말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주장을 담은 ‘헤이트스피치’에 기반한 비주류 루저 정서가 주류가 되는 역설적인 동학이 인터넷에서는 종종 작동한다”며 “일베가 없어지더라도 약자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인터넷 공간에서 사라지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럼에도 일베가 쇠퇴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과거에는 혐오표현이 지역이나 정치를 매개로 했다면 최근 2~3년간 젠더나 문화적 갈등으로 중심축이 옮겨졌다는 점을 들었다. 자기표현의 중심축이 게시판에서 소셜미디어나 유튜브 ‘영상’으로 옮겨간 점도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일베를 설명하는 여러 요인 중엔 일종의 하위문화를 형성한 유희적인 성격이 있었다. 그러다가 소위 ‘네다홍 홍무새’가 나오면서 노잼화되고, 또한 일베가 광장으로 나오면서 유희가 힘을 잃어버린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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