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남녀 차별 A기업, ‘성차별 시정명령’ 받고도…여성 노동자 ‘또 승진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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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에게 유리한 기준을 둬서 여성 직원을 승진 심사에서 차별해 온 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 성차별을 인정한 ...

남성에게 유리한 기준을 둬서 여성 직원을 승진 심사에서 차별해 온 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 성차별을 인정한 첫 사례다. 그러나 해당 기업은 명령을 받고도 문제제기를 한 당사자만 또 다시 승진에서 제외시켰다.

14일 서울여성노동자회에 따르면 기계 제조·판매기업 A사의 여성 노동자 조모씨는 전날 회사로부터 “직급이 현재와 같다”는 통보를 받았다. 조씨는 A사가 “여성 직원을 승진에서 차별했다”며 구제신청을 낸 여성 노동자 2명 중 1명이다. 회사는 중노위 명령을 받은 뒤 다른 1명은 승진시켰다. 신상아 서울여성노동자회 회장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여성 직원은 승진시키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중노위가 인정한 ‘차별’이 시정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A사 국내사업본부는 직접 영업을 하는 영업관리직은 전원이 남성,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 영업지원직은 전원이 여성으로 구성됐다. A사는 지난해 상반기 과장급 승진심사에서 직접 영업을 했을 때만 쌓을 수 있는 ‘매출점유율’과 ‘채권점유율’ 등을 승진 기준으로 적용했다. 여성 직원들은 승진 기준을 충족할 기회가 아예 없었다. 그 결과 영업관리직 남성 승진대상자 4명 중에서는 3명이 승진했지만 영업지원직 여성 승진대상자 2명은 승진에서 탈락했다. 탈락한 여성 직원 2명은 남성 직원들보다 3년간의 인사평가 평균 점수가 높았고 경력도 길었다.중노위는 지난 1월 ‘성별에 따른 간접차별’을 인정하며 A사 사업주에 대해 60일 이내 승진 심사를 다시 진행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탈락한 여성 직원 중 1명과 비슷한 시기 입사한 고졸 남성 직원들은 모두 2급갑 이상으로 승진한 점, A사 2급갑 직원들이 반드시 관리자 업무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중노위는 당시 “겉으로 보기엔 중립적인 기준으로 남녀를 동일하게 처우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여성이 현저히 적고, 그에 따라 여성은 불리한 결과에 처하며, 그 기준의 정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를 성차별로 인정한 사례”라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차별에 대해 시정명령을 했다는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사실상 남성 직원만 달성 가능한 기준으로 승진심사를 해 온 대기업이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았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간접적 성차별을 인정한 사례다....조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노위는 차별을 인정했는데 회사는 시정하지 않았으니 저로선 ‘차별 시정’이 안 된 것”이라며 “팀에서는 이번 심사 때 ‘승진 기준 충족’으로 올렸다고 들었는데 왜 승진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노위가 시정명령을 좀더 강하게 내려줄 수 없었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A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승진 기준 등에 대한 답변을 요청할 예정이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노위가 승진 차별을 인정했기에 재심사 때 회사는 통상적인 승진 심사와 다르게 봐야 했다”며 “사용자 측이 승진 심사에서 차별의 소지가 전혀 없었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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