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점선면] 집 앞에 초고층 빌딩 서면 뿌듯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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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점선면] 집 앞에 초고층 빌딩 서면 뿌듯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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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은 몇 층에 사세요? 지난 주 오늘의 점선면 주제를 예고하면서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오늘은 건물의 높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요.

※뉴스레터 점선면 4월5일자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미국 뉴욕시에는 ‘공중권’이란 개념이 있어요. 공중에 무슨 권리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미국식 자본주의는 이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무등산이 뭐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님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산과 어우러진 도시가 너무 많으니까요. “도시에서 꼭 산을 봐야 하나?” 이렇게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광주라는 도시에서 무등산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건 단지 물리적 시야를 막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무등산은 광주 시민들이 공유하는 아픈 상처인 5·18에도, 거리에서 매일 같이 마주칠 간판과 1187번 버스에도 담겨 있으니까요. 그런 무등산을 가리는 건 누군가의 정서, 기억, 공동체 소속감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해서 남산은 오늘날과 같은 풍경을 갖게 되었어요. 만약,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특정인이 점유한 구조물이 남산 고유의 생태, 역사 환경을 잠식한 채 그대로 우뚝 서있다면요. 그런 남산이 서울시민들에게 주는 정서, 기억, 소속감은 지금과 매우 다르지 않았을까요?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벌인 지도 어언 3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서울도 많이 변했고, 이제 남산 주변에서도 광주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어요. 남산과 북한산을 낀 중구와 강북구는 최근 산 주변 건물의 최고 높이를 20m로 제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지구는 함께 쓰는 것, 하늘을 볼 권리도 있다. 고층 건물로 인해 조망권을 침해받는 게 너무 싫어요. 노을을 보고 싶어도 건물에 가려져서 안 보이더라고요. 빌딩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느낌이에요. 고압적인 느낌을 주는 고층 건물뷰 싫어요. 가령 해운대 마린시티처럼 획일적인 고층건물이 집단으로 모여있으면 보기 안좋더라고요. 하지만 재산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이에 만만치 않게 큽니다. 특정 동네 사람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얻을 이익을 염두에 두고 힘을 합쳐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종종 선출직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현재 남산 주변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지자체장, 국회의원의 행보가 그 힘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1992년 정부 차원에서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한창 벌일 때도 서울시의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건축물 높이 제한 관련 조례안을 부결시킨 적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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