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성(性)에 대해 이중적이다. 성을 상품화하면서도 정작 성을 정면으로 언급하는 것은 꺼린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2차 성징기 아이들은 성착취 영상물 등으로 비뚤어진 성을 접하고 있다.
성교육 전문가인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가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의 사무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배 교수는 “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섹슈얼리티’와 ‘성소수자’가 삭제됐는데 유네스코가 제시하고 있는 성교육 가이드라인과도 맞지 않는다”며 “성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차별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성동훈 기자 [email protected]
세종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며 성 전문 패널 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청소년과 대학생, 부모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성교육을 20년 이상 해왔다. 이화여대에서 보건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뒤 인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청소년을 위한 내일여성센터’ 상담부장과 연세성건강센터 소장,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대한성학회 명예회장이다. 저서로는 등이 있으며, 최근 을 펴냈다.한국 사회는 성에 대해 이중적이다. 성을 상품화하면서도 정작 성을 정면으로 언급하는 것은 꺼린다. 성에 대한 호기심이 넘치는 2차 성징기 아이들은 성착취 영상물 등으로 비뚤어진 성을 접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 학교에서는 성교육이 후퇴할 조짐마저 보인다. 성교육이 무분별한 성생활을 부추길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해 연세대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거주 성인 응답자 36%가 지난 1년간 성관계를 갖지 않은 ‘섹스리스’였다. 3명 중 1명꼴로, 20년 전에 비해 3배 넘게 늘었다고 한다. 19~29세로 좁히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남성은 42%, 여성은 43%가 섹스리스였다. 이 같은 현상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관찰형 연애 리얼리티쇼 급증과 대조를 이룬다. 를 비롯해 지난해에만 20여개가 쏟아졌다. ‘하는 연애’가 아닌 ‘보는 연애’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배정원 세종대 겸임교수는 “ ‘먹방’ 유행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가장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과 순간들을 보거나 보여주는 데 사회가 둔감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과 거리 두기 영향 탓인지 직접 연애를 하기보다는 화면 속 타인의 연애를 평가하고 판단하는 상황이 강화됐다”면서 “정작 본인은 연애하지 않고 남이 하는 걸 보고, 남을 이러쿵저러쿵 비교하고 평가하는 데 미디어 소비자들이 익숙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인간의 오감 중에서 시각과 청각만 쓰는 사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단절 속에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섹슈얼리티가 들어설 자리는 사라진다. 혼인율과 출산율 모두 떨어지는 게 당연하다.
젊은이들이 섹스리스가 되는 건 “섹스를 덜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의 저자 앤 헬렌 피터슨은 지적했다. 경쟁이 심한 사회에서 연애는 사치일지 모른다. 배 교수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감동’은 사라지고, 영화 에서처럼 인공지능과의 연애로 대리만족하는 미래로 수렴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성에 대한 논의가지금 꼭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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