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원준의 경제비평] 왜 영국이었나, 그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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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의 경제비평] 왜 영국이었나, 그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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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준 경북대학교 경제통상학부 교수

누구나 ‘혁신’을 이야기하는 시대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혁신’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등을 바꾸어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이다. 경제활동에서 사업가에 의한 혁신은 기존 상품을 개선시키거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고 새로운 생산방법을 적용하는 것이다. 지난 정부 당시 어떤 국책연구소에서는 ‘혁신성장’이 “기업의 혁신활동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국가 차원의 경제발전 전략”이라고 정의했다. 교과서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이지만, 본래 혁신은 주어진 임금 하에서 품질이 향상되거나 원가가 절감된 상품을 창출하는 것이어서 임금을 쥐어짜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에서는 탈법이든 규범 회피든 노동 착취든 이윤을 늘리려는 꼼수에 흔히 혁신이라는 수식어가 붙고 있지만 말이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혁신 개념으로 경제발전을 처음 설명한 사람이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였다. 경제학자들은 산업혁명 때문에 가능했던 ‘이륙의 성장 역사’ 역시 슘페터의 ‘혁신 경제학’에 비추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혁신 경제학에서는 혁신의 결과로 경제가 성장하기 위한 조건과 관련해 대체로 다음의 세 가지 주장을 내세운다. 그러니 따져보자. 영국 산업혁명의 실제 사례를 근거로 다음 주장들이 어느 정도나 옳은지 말이다.새로운 지식은 늘 옛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법이다. 과거의 발명이나 발견은 새로운 발명이나 발견의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지식이 쌓이고 산업의 혁신가들에 의한 성과가 누적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는 성장해왔다. 그런 점에서 혁신은 이전 세대 거인들의 어깨를 딛고 올라서는 일처럼 비유할 수도 있다.

반면 산업혁명에 즈음해서는 과학이 기술의 여러 분야로 적용되는 단계로 나아갔다. 근대 과학이라는 지식이 산업에서 직접 활용되면서 기술 변화는 과거보다 훨씬 속도가 빨라졌다. 장인의 인적 속성에 갇히지 않고 범용 기계와 결합된 누구나 엄청나게 향상된 생산성을 실현해낼 수 있었다. 그렇게 과학과 기술이 융합하면서 혁신의 성과는 예전보다 널리 공유될 수 있었다. 근대 교육을 통해 이전 세대 거인들의 어깨로 누구나 올라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해가 떠야 건초가 마르듯, 혁신 성과도 혁신이 잘 일어날 수 있도록 돕는 제도 환경에서 두드러지기 마련이다. 보수적인 경제학자들의 생각에 따르면 혁신을 지원하는 제도 가운데 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가 그 중요성 측면에서 첫손에 꼽힌다. 재산권이 안 지켜지면 열심히 일할 이유도 없고 혁신을 추구할 이유도 없다는 논리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주장 같기도 한데 그래서 결국 부자들 재산 지켜줘야 한다는 소리니까 결론은 참 허망하다.

실제로는 산업혁명 발발에 앞서 먼저 우편 서비스가 등장했고 인쇄비용이 하락했던 것이야말로 어쩌면 정말 큰 변화였는지 모른다. 당시 그런 변화 덕에 연구자들 사이에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전파되고 공유될 수 있었다. 바로 그와 같은 개방성이야말로 이후 과학과 기술의 융합 및 산업 현장에서 혁신의 진행에 도움이 되었을 법하다는 평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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