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 버튼 찾으려다 지쳐서, 혹은 탈퇴 버튼 찾는 와중에 변심하기를 기대하는 속셈, 어지간히 강한 탈퇴심이 아니면 탈퇴하지 못하게 하려는 비즈니스 전략이 거기에 있다. 맛있는 것을 먹는 행위를 하려면, 맛있는 것을 먹고자 하는 욕망이 있어야 하고, 맛있는 것을 접할 기회가 있어야 하고, 맛있는 것을 판별할 능력이 있어야 한다. 양질의 정치 서비스가 어려운 이유 이 모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고? 양질의 정치 서비스를 제공할 양질의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토크빌은 저질 정치인들이 난무하는 원인으로 욕망, 기회, 능력을 거론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신용카드 지출 내역을 읽다 보면, 의식하지 못한 채 많은 서비스 구독료가 빠져나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음악을 듣기 위해, 영상을 보기 위해, 잡지를 읽기 위해, 뉴스레터를 받기 위해, 각종 앱을 사용하기 위해, 매달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이대로 두어도 될까. 위기감이 들어 그 중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로부터 탈퇴하겠다고 마음먹어 본다. 그러나 탈퇴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서비스 제공자는 대중의 욕망과 능력을 알아보고 그에 맞는 서비스를 개발해서 제공했다. 그래서 가입자들은 그 서비스를 통해 편의를 얻을 수 있었고 욕망을 실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변심한 가입자가 그 서비스 구독을 그만두려는 것이다. 그가 탈퇴하면 서비스 제공자가 얻는 이익이 줄어들 것이다. 어떻게 그를 말릴 수 있을까? 욕망, 기회, 능력 중 일부라도 작동하기 어렵게 만들면 된다. 탈퇴하려는 욕망을 없애거나, 탈퇴 기회를 축소하거나, 기회 판별 능력을 박탈하면 된다. 서비스 제공자는 개인의 욕망과 능력을 좌지우지하기는 어렵지만, 서비스 기회는 제법 통제할 수 있다. 그래서 서비스 가입 경로는 쉽게 해 놓는 반면 탈퇴 경로는 어렵게 만들어 놓는 것이다. 탈퇴하려던 이는 버튼 찾다가 지쳐서 자문한다. 이 고생을 해가며 탈퇴할 정도로 내 탈퇴 욕망은 강력한가. 수십 년 전 중고등학교 운동부 탈퇴 희망자는, 맞아가면서까지 탈퇴해야 하느냐고 자문했겠지만, 이제 달리 자문한다.
자살을 어렵게 혹은 불가능하게 만들려면 자살의 욕망, 기회, 능력을 없애야 한다. 국가가 개인의 자살 욕망과 능력을 쉽사리 없앨 수 있을까. 그보다 쉬워 보이는 것이 자살 기회를 줄이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국가들이 자살 도구에 접근을 제한한다. 그러다 보니 보통 사람은 죽고 싶어도 쉽게 죽을 수 없다. 의사들의 자살률이 높은 것은, 치명적인 약물에 남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는 지적이 있다. 안락사라는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안락사는 일종의 조력 자살로서 자살 기회를 줄이고자 하는 국가의 의지와 충돌한다.인구 문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도 욕망, 기회, 능력의 삼요소가 작동한다. 인구가 유지되거나 늘기 위해서는 아이를 낳으려는 욕망과 기회와 능력이 충분해야 한다. 인생 사는 게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은 쉽게 아이를 낳으려 들지 않는다. 이제 국가가 나서 개인의 재생산 욕망, 기회, 능력을 증진하려 든다.
그뿐인가. 좋은 정치인을 뽑고 싶은 욕망도 없다. 탁월한 사람을 보면 시기심이 끓어올라서, 어떻게든 그의 흠을 잡고, 비방하고, 끌어내리고 싶어한다. 그러다 보면, 결국 시기심을 느낄 필요조차 없는 범용한 인물이 정치계에 남게 된다. 그렇게 해서 선출된 정치인은 자기 능력에 넘치는 횡재를 한 셈이 되니, 다시 오기 어려운 그 자리에 집착하게 된다. 그러니 오래 권세를 누릴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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